춘천은 사방이 호수에 둘러싸여 있다. 위쪽으로는 춘천호와 소양호가 있고 춘천시의 한가운데에는 의암호가 자리한다. 그리고 북한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남이섬이 떠있는 청평호가 나타난다. 삼악산과 잘 어우러진 의암호 드라이브길이 수려하고, 호수 위에 배를 띄워 물레길을 만들어낸 춘천의 사람들이 지혜롭기도 하다. 가뭄에다 수질오염이니 녹조니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이들 문제에서 한발 빗겨나 있으니 이 또한 춘천시민의 행복 아닐까? “소양강(昭陽江)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 부임의 여정에서 연군지정에 겨워 노래했던 아름다운 언덕은 또 어디쯤이었을까?

 

북한강유역에 댐들이 들어서기 전의 춘천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다. 북한강과 소양강이 자갈밭과 모래톱을 거느리고 지금의 의암호 하류 어디쯤에서 만나 흘렀을 것이다. 소양강은 우두산을 돌아쳐 흐르면서 깊은 소를 만들었을 거고 아름다운 은빛여울이 봄날의 아지랑이를 희롱했을 것이다. 그 옛날 춘천의 강은 아마도 지금의 동강쯤의 규모가 아니었을까싶다. 군데군데 깊은 소가 있고 자갈여울이 나타나고 강변에는 갯버들 사이로 자갈밭과 모래밭이 눈부셨을 것이다.

물의 깊이나 흐름에 따라 그 품에 안기는 물고기들도 달라진다. 세찬 여울에는 물타기를 즐기는 쉬리나 돌상어가 살고 여울 가장자리에서는 피라미들이 떼를 지었을 것이다. 바위가 많은 깊은 소에는 당연히 쏘가리가 자리를 잡고 텃세를 부렸을 터이고 어름치는 소와 여울을 넘나들며 산란탑을 쌓았을 것이다. 깊은 곳을 좋아하는 놈들은 깊은 곳으로, 얕은 곳을 좋아하는 놈들은 얕은 곳으로, 또 여울이나 잔잔한 물살을 좋아하는 놈들은 그쪽으로 모여들어 끼리끼리 무리를 짓는다. 깊이가 다르고 물살이 다르고 또 강바닥이 다르니 모여 사는 물고기 또한 모양이 다르고 크기가 다르고 성격이 달랐을 것이다.

댐이 들어서면서 물살이 느려지고, 깊어지고, 바닥에 펄이 쌓여가면서 물고기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댐이 만들어지기 전에 살던 물고기들은 먼저와 같은 물길을 찾아 하나 둘 떠나가거나 사라져 버리고, 붕어나 잉어가 대세가 되고 메기나 동자개, 납자루들로 판이 바뀌어 버렸다. 블루길이나 배스 같이 낯선 물고기들이 슬그머니 들어와 번성하기 시작하고, 뱀장어나 빙어, 대농갱이들은 어부들의 수입을 위해 방류되기도 했다. 그렇게 춘천의 물고기들은 하천에 살던 종류들은 거의 사라지고 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에 사는 종류들로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춘천 주변의 호수에는 약 30여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 그리고 호수로 유입되는 작은 하천들에는 10~15종의 물고기가 산다. 이들 중에는 하천이나 호수 양쪽에서 잘 적응하여 사는 물고기들도 있는데, 대체로 춘천 주변의 호수와 하천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들은 모두 35~40종 쯤 된다.

 

송호복 (사)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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