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그대가 떠나고 세상의 모든 일들이 지워 진다.
나는 아직도 안개중독자로 공지천 을 떠돌고 있다.
흐리게 풍경 넘어 어디쯤 지난달 그대에게 엽서를 보내던
우체국이 매몰되어 있을까.
길 없는 허공에서 일어나 길 없는 허공에서 쓰러지는 안개처럼
그토록 아파한 나날들도 손금 속에 각인되지 않은 채로 소멸한다.
결국 춘천에서는 방황만이 진실한 사랑의 고백이다.

경쾌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가 중독성을 주는 녹우(綠雨) 김성호의 ‘안개중독자’. 지난해 52살에 첫 솔로콘서트를 열었던 녹우의 공연에서 듣고 흥얼거리게 된 노래. 철가방 프로젝트로 활동하던 2008년에 이외수 선생의 시에 녹우가 곡을 붙인 노래다.

며칠 전 모 방송에서 ‘춘천 가는 길’이라는 프로의 2부를 여는 노래로 듣게 돼서 더 반가웠다. 춘천에 첫눈이 내리는 날, 그 녹우의 작업실을 찾았다.
 

미치도록 시(詩)를 쓰고 싶었던 젊은 날의 녹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를 쓰고 싶었다. 일 년이 넘는 동안 습작처럼 시를 쓰며 뼈가 삭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포자기로 방황하던 녹우에게 당시 유행했던 음악다방에서 D,J활동을 하게 해준 사람이 정현우 작가였다. 소리가 주는 매력에 빠졌다. 슬플 때 슬픈 노래로 위로를 받고, 기쁠 때 신나는 노래로 기쁨을 배가시켜주는 소리의 매력에 빠졌다. 소리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 그래 노래를 하자. 끝까지 하자.

서른한 살, 늦은 나이에 일주일을 고민하다 노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새해 첫 날부터 노래를 시작했다. 소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리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무작정 노래를 하는 길거리의 악사와 같았던 시기.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많은 것을 겪고 부대끼면서 소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노래를 만들었다. 이외수 선생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든 ‘안개중독자’, 자작곡 ‘귀갓길’. 후배들이 생기고 춘천만의 색깔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의 음악인들과 교류하며 춘천만의 색깔이 있다는 걸 알았던 시기, 녹우만 그런 게 아니었다. 후배들도 춘천만의 색깔을 내고 있음을 알았다.
 
50살에 첫 앨범을 내다

철가방프로젝트 이후 솔로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첫 솔로앨범을 냈다. ‘나이만 먹었습니다’, ‘귀갓길’도 그 앨범에 담긴 노래다. 2014년에 첫 단독 콘서트를 했고, 얼마 전에는 ‘풍경’이라는 두 번째 단독콘서트도 했다. 길거리 가수, 무대만 있으면 노래를 하던 거리의 악사에게 콘서트는 외도였다. 춘천의 현실이 단독 콘서트를 하기에는 열악하다. 무대도 열악하고 관객도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이제는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좋은 노래를 열심히 하면 관객의 마음도 열린다는 것을 느낀다.
 
춘천에는 춘천만의 색깔이 있다
그 색깔을 찾으려 한다


녹우의 노래를 들은 다른 지역 음악인들은 한결같이 ‘녹우의 노래는 다르다’고 말한다. 춘천에서 활동하는 후배들의 노래를 들어도 다른 지역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한다. 녹우는 그것이 지역의 소리라고 한다.

지역의 소리에 철학을 담고 지역의 소리를 완성하고 싶다고 한다. 겨우내 곡을 쓰고 음을 붙여 춘천만의 색을 입히겠다고 한다. 젊은 후배들의 노래에서도 그런 색깔이 있음을 느낀다. 소리는 아주 원초적이다. 춘천은 소리도 지역만의 정서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춘천의 정체성이고 춘천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 특징이 담긴 노래를 만들겠다고 한다.

‘석사동 먹자골목’이라는 노래는 완성단계다. 2월말 풍경콘서트의 앵콜공연을 끝내고 나면 노래를 만드는데 집중하겠다고 한다. 대중가요가 공장의 기계에서 나오듯 하는 시대, 기획사와 대중의 기호에 맞는 곡을 붙이는 작곡자들이 대량생산체제로 음악을 독점한다. 음악이 아니라, 예술이 아니라 공장의 제품이다.

요즘시대에 보기 드문 싱어 송 라이터 녹우. 소리에 철학을 담고 싶단다. 실력과 철학, 감성을 갖춘 음유시인 녹우는 12월 8일 <춘천 사람들> 창간기념 콘서트에도 참여한다. 그는 분명 춘천만의 목소리를 완성할 것이다.

글 오동철 시민기자/사진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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