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의 2016년도 예산안이 발표됐다. 오는 14일경에 열릴 춘천시의회의 예산심의를 받아봐야 확정되겠지만 일단 예산안 자체는 일반회계 7천372억원, 특별회계 2천225억원을 합쳐 모두 9천597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다.

그러나 규모가 커진 것과는 달리 예산의 짜임새는 여전히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따질 일이 많지만 가장 큰 문제가 도시발전 전략이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예산을 무한정 쓸 수 있으면 구태여 전략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할 일은 많고 예산은 제한적이라면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춘천시가 당면한 문제 가운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인구를 늘리는 일이다. 인구가 늘어나 일정한 경제규모에 다다르게 되면 그 공동체의 경제적 활기가 질적으로 달라지고 이를 통해 문화나 삶의 질 또한 크게 향상된다는 사실은 굳이 별도의 설명을 필요치 않는다.

인구를 늘리는 방책 또한 누구나 알고 있다.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면 된다. 춘천은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사람을 눌러 앉히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규모가 큰 대학이 4개나 있고 주변에 군부대도 많다. 이들이 춘천에 잠시 사는 동안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춘천에 주저앉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천의 인구는 오랫동안 거의 제자리걸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둔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춘천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현재 1천526명이 증가해 지난해 증가인원을 이미 넘어섰다고 했지만 2010년 5천225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은 평균 1천500명 수준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춘천시 예산은 도시 공동체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청년들을 잡아 둘 예산을 거의 마련하지 않았다. 서울시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청년수당’ 등과 같은 획기적인 시책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예산은 제대로 없다. 오히려 사업이 제대로 성사될지도 모르고 경제적 이익도 크게 없을 것으로 평가되는 레고랜드 사업의 기초를 깔아주는데 선제적으로 103억원을 투입하겠다 한다. 이런 예산 편성을 두고 이미 합의한 사업이니만큼 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예산편성을 되돌아보면 이 변명은 크게 설득력이 없다. 공사를 하고, 행사를 하고, 사업유치를 해서 놀러오는 사람을 불러들이는 사업보다 여기에 사람이 살고 싶도록 만드는 일이 지속가능하고 더 효과적인 춘천 살리기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정책구상과 예산편성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16년 예산에 대한 춘천시의회의 날카로운 심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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