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없었다

나태주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한 사람이 손가락질하면서 그는
도둑이 되었고
한 사람이 집적거리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창녀가 되었다
몇 사람이 따라서 부르는 노래로 하여 그는
유명한 가수가 되었고
몇 사람이 좋아하는 시로 하여 그는
위대한 시인이 되었다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쓰레기를 던지기 시작하면서
그 나라는 쓰레기 공화국이 되어버렸다
그 나라 사람들 누구도 애국심이 없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러했다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한 사람의 손가락질로 그의 삶이 뿌리를 잃고

한 사람의 집적거림이 그녀를 숲에서 쫓아내는 동안 우리가 꿈꾸던 숲은 어느새 민둥산이 되어버렸습니다.

1832년 6월 그 아득한 옛날, 불쌍한 사람들(Les Miserables)은 노예로 살지 말자고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했습니다.

그들은 심장의 고동소리를 북소리처럼 울리며 바리케이트를 넘어 그들이 원하던 삶 속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노래가 필요한 21세기 쓰레기 공화국에서 통치자는 국민을 믿지 못하여 장벽을 치고 국민은 국가를 걱정하면서도 오늘만 생각합니다.

시간의 세례를 받은 쓰레기는 여기저기 희망처럼 솟아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상류가 아니라 하류를 맴돌고 우리는 숲에서 베어져 나와 아궁이 옆에 땔감으로 놓여 있습니다.

우습지만, 우리의 현실이고 사실입니다.

이충호(영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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