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마임축제를 세계적 축제로 만들다

젊은이들의 거리, 흔히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강대후문의 외진골목. 빨갛게 꾸며진 2층 건물에는 집나간 개를 비유한 ‘바우야, 돌아와라’는 형상물과 ‘빨은 감각입니다’, ‘빨은 잘 놉니다’, ‘빨은 자유입니다’라는 이색간판이 서있다.

올해 초까지 매주 토요일, 이곳에서 색다른 공연이 열렸다.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공연들이 열리는데 마니아들이 주요 관객이다.

이곳 ‘빨’을 운영하는 이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마임이스트 유진규. ‘빨’은 그의 공연장이자 직장이다. 2년 전 문을 연 ‘빨’은 마임을 비롯해 실험적 작품들과 지역예술인들에게 공연장을 제공했다. 수익이 적어 경영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투자를 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서울 홍대 주변에서 공연을 하는 특별한 손님들이 찾은 지난 14일 저녁 한창 공연 중인 “빨”에서 유진규 감독을 만났다.

서울에서 태어난 유진규 감독은 어릴 적엔 아주 내성적이고 요즘말로 ‘범생’이었다. 유 감독은 중학교 졸업 무렵 자아(自芽)를 발견했다. 내 모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방황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수의사로 진로를 정해 건국대 수의학과를 진학했지만 대학생활이 싫어졌다. 군사정권 시절에 대학에는 희망도 꿈도 없었다.
 
마임을 만나다

그때 만난 것이 연극이었다. 연극을 통해 너무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학교를 휴학하고 본격적인 연극을 시작했지만 연극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전위극 극단에서 실험적 성격이 강한 연극도 했지만, 마임을 접하게 되면서 비로소 지금의 유진규 감독이 만들어졌다.

마임은 유진규 감독의 인생이고 마음이다. 세계적 축제로 자리 잡은 춘천 마임축제의 뼈대고 조상이다. 그런 그가 춘천 마임계의 행정에서 손을 뗐다. 할 말이 많을 것 같은 유진규 감독은 말을 아낀다. 이제 춘천마임은 후배들과 남은 사람들이 잘 해 나갈길 바란다며 서운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고수의 풍모는 그런데서 나온다. 절제된 표현,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 유진규 감독을 빼고 춘천마임을 이야기 하는 건 알맹이 없는 찐빵이다.
 
프로는 프로답고, 춘천은 춘천다워야

춘천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애정은 후배들에 대한 바람에서도 나타난다. 문화예술인은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다. 프로는 아마추어와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프로는 프로다워야 한다는 말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보낸다. 기자의 시각으로 풀어보면, 예술가들이 하는 일에 비해 많은 것을 바란다는 우안 화백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유진규 감독은 지금은 기회가 많은 시대라고 한다. 지원도 많고 공간도 많아 졌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순수성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말로 후배들을 독려한다.

유진규 감독은 앞으로 공연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유진규로 돌아가려고 한다. 유진규 감독은 춘천은 춘천다워야 한다는 말로 지금 시대의 춘천에 아쉬움을 표현한다. 춘천만이 가진 고즈넉함과 정적인 편안함이 사라지면 춘천은 춘천이 아닌 서울의 위성도시에 불과하다고 한다. 개발지상주의에 빠진 춘천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글 : 오동철 시민기자 사진 : 김남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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