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까지는 가야한다

이기철


우리 삶이 먼 여정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 한다
닳은 신발 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가 깃들인 마을엔 잎새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든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쉬지 않는다
사람의 이름이 가슴으로 들어와 마침내
꽃이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쉰 해를 보냈다
미움도 보듬으면 노래가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반생을 보냈다

나는 너무 오래 햇볕을 만졌다
이제 햇볕을 뒤로 하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
별을 만져야 한다
나뭇잎이 짜 늘인 그늘이 넓어
마침내 그것이 천국이 되는 것을
나는 이제 배워야 한다

먼지의 세간들이 일어서는 골목을 지나
성사(聖事)가 치러지는 교회를 지나
빛이 쌓이는 사원을 지나
마침내 어둠을 밝히는 별까지는
나는 걸어서 걸어서 가야 한다

세상이 온통 나에게 시비를 걸어오던 시절, 사람은 화살처럼 내게 날아왔고 나는 창이 되어 달려갔습니다. 반생을 보내고도 꽃이 되지 못한 내가 나머지 반생을 걸어갈 생각하면 암담하기도 하지만, 그 시작이 우연찮게 찾아온 이곳 춘천에서 이미 꽃으로 피어난 사람들을 만난 것이었으니 어쩌면 이것으로 족하다 싶습니다.

그들은 햇볕을 등지고 어둠속으로 들어가 희미한 그림자마저 지우고 별까지 걸어간 사람들입니다. 새 신발 끝에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노래*를 달고 골목을 지나, 교회를 지나, 사원을 지날 때 어디선가 맑은 바람이 불고 야윈 가을 햇살이 낙엽을 쫓아갑니다.

“The Oracle”(마리아 파란두리의 노래)

암울했던 그리스 근대사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기도 했던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는 민족적 선율에 민중의 애환을 담아낸 ‘낭만적 저항’의 곡들을 많이 만들었는데 특히, “기차는 8시에 떠나네”와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의 테마곡 등으로 유명합니다.

마음에 쓸쓸함이 안개처럼 피어오를 때, “The Oracle”을 배경으로 하고,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인 춘천의 노을을 보게 된다면 이 쓸쓸함은 버틸만합니다.

이충호 (영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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