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나무
 
밤새 함박눈 펑펑 내려
아침이면 은빛 세상에 기쁘고
골목길 눈 쓸며 이웃과 인사 나누고
학교 운동장에선 눈싸움하는 아이들 웃음소리와
즐거운 비명소리를 듣고 싶다.
촉촉하고 반짝이는 연탄들 빼곡하고
김치항아리들 위로 소복했던 눈마저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었던 그때가 그립다.
메마른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새해가 밝았지만
경기침체, 청년실업, 전세대란은 더욱 심해지고
이상기온으로 따뜻해진 겨울이지만
채소, 과일 값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는
뉴스들이 무거운 하늘처럼 압박한다.
시린 몸뚱이로 서서
아침을 맞는 헐벗은 겨울나무처럼
힘겹고 우울한 가슴들에게
오늘 밤엔
눈이라도 소록소록 내려주면 좋겠다.
눈 쌓이는 소리에
눈꽃 같은 솜이불 덮고
단잠이라도 자게 하고 싶다.

김예진(자수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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