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춘천’, 송승철 상임대표(현 강원 도립대 총장)와 신경숙을 읽다

 

“표절은 했습니다.”

신경숙의 <외딴방>을 선정한 ‘책 읽는 춘천’ 송승철 상임대표가 딱 잘라 말했다. 2주년을 맞은 ‘책 읽는 춘천’의 창립자인 송승철 현 강원도립대학교 총장이 독회에 앞서, 책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책 읽는 춘천’을 찾은 100여명의 회원들이 2주년을 기념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저녁 7시, 담작은도서관은 백여 명의 참석자들이 뿜는 설렘과 열기로 시작 전부터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여느 세미나 못지않게 진지함과 후끈함이 깔려 있었다. 송승철 상임대표는 최근 표절논란이 불거진 작가를 선정한 것과 달리 명쾌한 진단을 내놓았다.

‘인사사고에 가까운 큰 실수’이지만, 그에 비해 사회적 파장이 너무 컸다고!

덧붙여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읽을 만한 작가인가’는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 신경숙을 본다면 오래 되었더라도 대표작을 봐야 하며, <외딴방>을 그의 대표작으로 본다는 말로 이 책을 고른 결정적 이유를 꼽았다.

송승철 상임대표는 “작품을 어떤 시각에서 읽는가에 따라 내용에 대한 다른 느낌을 받는다.”고 전제한 뒤, 이 작품은 두 개의 텍스트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시간 30분 남짓의 시간은 책을 펴고 읽어가며 작품의 캐릭터와 대사, 작가의 의도에 대한 해석으로 꽉 채워졌다. 간간이 신랄한 비평과 장점에 대한, 혹은 작가에 대한 단상이 추가됐다. 이후 30분은 참석자들과 발제자 간의 질의응답이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사실을 전달할 수 있을까?’ 대 ‘사실보다 큰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로 놓고 살펴보기.

관조적이고 심미적인 신경숙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각자의 고민이 계속됐다.

“주제가 무엇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의미 없다. 읽는 방법을 이야기 해야지.” 송승철 상임대표는 “나는 여러분이 책을 읽는 것을 도와드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며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자유토론 시간에는 “이 책을 읽으며, 60살 된 제가 100번 이상 눈물을 흘릴 만큼 공감이 갔다. 암울한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지금보다는 희망적인 것 아닌가!” 한 참석자의 발언에 일동이 고개를 끄덕이는 인상적인 풍경도 있었다.

이후 이어진 담소 시간 전에 잠깐 만난 송승철 상임대표는 한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재직 시절 만든 이 ‘책 읽는 춘천’에 대해 “사회적 문제에 예민한 시민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서 시작했다”며 처음 만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처음엔 10명도 모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변에서 만류해도, 세 명이 오더라도 3천명이 왔다 생각하고 진행하리라 결심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다.”고 뿌듯함을 전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강원도 시군을 ‘책 읽는 강원으로 통합’하고 싶다고 말했다.

470명의 회원이 속해 있는 ‘책 읽는 춘천’의 운영위원장 이병용 교수(한림대)는 “다들 바쁘시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걱정이 많았다. 뜻밖에 책에 대한 관심이 많고, 수준도 높다. 무엇보다 열의가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또, “가족들과 함께, 봄·가을에 하루 일정으로 떠나는 문화기행을 기획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책 읽는 춘천’은 매달 첫째 주 화요일 저녁 7시 담작은도서관에서 1,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책의 저자가 직접 발제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전문성이 높지만 책을 꼭 읽지 않아도 누구나 참여해서 함께 할 수 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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