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을인 10월 초순, 비닐하우스 속에 알타리무를 파종했다. 총각무는 45일 정도 키워 11월에 김장철 양념에 버무려 담가먹는 저장식품이다. 11월 중순 달랑무를 뽑아 총각김치을 담갔다. 그리고 비닐하우스 속엔 제대로 자라지 못한 달랑무 열댓 포기와 몇 종류의 잡초만이 남아 한겨울 소양강변의 매서운 한파를 맞이하고 있었다. 12월 한파와 더불어 폭설이 내린 어느 날, 나는 시설물 안전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춘천의 겨울철 농사는 시설하우스에 난방시설을 한 몇 농가에서 재배되는 특수작물 외에는 대부분 휴경기에 들어간다. 지난 2년간의 봄철 마카파종과 재배가 실패로 돌아가고, 그해 가을 새로 설치한 비닐하우스 백여 평이 방치돼 있어 아내가 총각무를 심어 김장을 담그자고 했던 것이다. 9월 말경 모아뒀던 씨앗바구니를 툭툭 털어 파종하고 11월 중순쯤 모두 뽑아 김장을 담갔으니 한 해 농사는 끝난 것이다.

비닐하우스엔 누렇게 갈변된 잡풀 몇 포기와 자잘한 총각무 서너 포기, 그리고 시퍼런 잎사귀가 퍼드러진 풀 두 포기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문 닫고 나오려는 그 순간, 잎사귀 시퍼런 그 풀! 영하 10도 이하를 맴도는 날씨에 푸른 잎을 유지하고 있다니! 다시 발길을 돌려 요리조리 살펴보니 어린 마카새싹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스마트폰으로 찍어 국내 웹사이트에 검색해 봐도 정보가 없었다. 구글에 들어가 모양을 확인하니 바로 그 마카였다.

마카가 영하의 날씨에도 비닐하우스 속에선 죽지 않고 생장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듬해 봄이 될 때까지 나는 매일 아침과 낮에 비닐하우스를 방문해 영하와 영상을 오가는 하우스 내부온도를 측정해가며 마카의 생육상태를 관찰했다. 아마도 이 마카 두 포기는 각종 종자를 담아뒀던 바구니에 남아 있다가 총각무 파종과 함께 떨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게 두 포기가 무관심 속에서 지금껏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봄을 지나 여름이 될 무렵인 5월 초, 마카 두 포기는 고산지대 작물의 특징처럼 옆으로 가지를 죽죽 뻗어 순백의 존재감 미미한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6월 초순이 되었을 땐 대부분 누렇게 여물며 생장이 끝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 관행작물처럼 봄철에 파종해 가을에 수확하는 것이 아니고, 남미 안데스 고원지대처럼 낮에는 영상으로,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일교차가 겨울철 비닐하우스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카의 생장환경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두 포기에서 얻은 종자 2천여 알은 2011년 가을 30여 평의 비닐하우스에 파종됐다.

재배시기는 확인했지만 재배방법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면적과 파종시기, 수확량, 수분, 적정온도, 병해충 등 많은 재배정보가 집약돼야 비로소 우리나라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로 자리매겨진다. 2012년 봄이 됐을 때 지난해보다 나은 상태의 생육이 진행됐고, 종자 채종도 3kg(600만립)를 확보했다. 그리고 2012년 가을엔 300여 평의 비닐하우스에 파종돼 겨울철 소득작물로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마지막 시험재배가 진행됐다. 2013년 봄이 되고 여름이 되었을 때 내용물 수확과 종자채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새로운 활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게 됐다.

농업인의 가장 큰 희망은 생산된 농산물이 제값에 제때 팔려 소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산물의 수요와 공급 상 생산자의 생산원가와 적정마진이 포함된 가격으로 출하되기 어려운 구조가 관행화된 지 오래됐다. 겨울철 마카를 재배한다는 것은 ▲우선 휴농기에 빈 하우스를 이용하고(9~10월 파종, 이듬해 4월 수확) ▲특별한 난방은 하지 않으며 ▲생산비(노동력, 자본)가 관행작물보다 현저하게 적다는 것이다.

 

하이동방삭 농산물생산자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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