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가 없어 14년 동안 힘들게 만든 영화가 개봉관을 못 찾아 헤매더니 겨우 개봉했는데 지금은 예매율 1위로 곧 200만 돌파라고 한다. 개봉 첫날 ‘귀향’을 보고 쓴 글이다.

보는내내
눈물이흘렀습니다
님들이시여
70년만에
나비되어날아오시는
님들이시여
구만리고향산천찾아오니
누가반기고있나요
보는내내
떠올랐습니다
아직도이땅의소녀들은
차가운길바닥에서떨고있고
차가운바닷물속에서떨고있습니다
아직도일본놈들은거기그대로있고
아직도일본앞잡이조선놈들은여기그대로있고
아직도묵묵부답국민들입니다
보는내내
돌아오고있는위안부소녀의넋이
몸속으로파고들었고
나는
이영화가끝나면무엇을어떻게해야하나
어찌할바를몰랐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날, 국정교과서에서 위안부라는 말이 사라졌다는 뉴스와 UN에서 반기문총장 면전에서 위안부 강제연행은 날조라고 일본 외무장관이 말했다는 뉴스를 봤다. 영화 속의 사실과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보며 나는 심한 괴리감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은 반민족 행위자 인명사전의 중고등학교 비치문제로 시끄럽다. ‘귀향’을 이 나라의 모든 소녀들에게 다 보여줘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소녀들은 어머니가 되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로 전해줄 것이다. 절대 잊지 못하게 말이다.

지난 2월 초에 영화 ‘나쁜나라’를 보고 나쁜나라…나쁜나라…를 짓씹으며 나오는데 평화나비 젊은이들이 인사를 했다. 곳곳에서 그들의 활동을 보며 대견하다고 생각했기에 반가웠다.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들어보니 춘천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가 미처 생각치도 못한 이런 훌륭한 일을 하니 고맙다는 말과 함께 도와 줄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갔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궁금하던 차에 이번에는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소녀상’ 전시에 오픈 퍼포먼스를 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지난 3월 1일에 함께 한 소녀상 전시의 의미를 도록에서 몇 자 옮겨본다.

…일본군 위안부 졸속 협상의 대가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할 것이라는 논란에 청년들이 한 데서 밤새며 작품을 지키고, 협상 타결을 부정하는 온 국민의 마음이 소녀상에게로 쏠리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작품이 얼마나 강력하게 나라와 겨레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강렬한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를 “어차피 전쟁이 나면 여자나 어린이들은 그렇게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말로 덮어 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당한 사람은 “과거의 무서웠던 역사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속으로…속으로… 그렇게 통곡해야만 했다”고 말한다.

20여만 명의 어린 소녀들이 전국 곳곳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가서 성노예로 있다가 238명만이 돌아와 지금은 44명이 살아있다. 이들은 지금 일본과 싸우고 있다. 새로운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서운 일은 반민족 행위자들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유진규 (마임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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