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학교가 다시 새 일정을 시작하는 달이다. 시작은 미지의 시간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설렘과 걱정이 늘 교차하기 마련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학생을 학교로 보내는 부모의 심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특히 초등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는 부모의 마음이 더욱 그러하다. 초등학교 학부모가 되어 본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시작이 늘 새롭지만은 않다. 지난해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입학식, 크게 달라지지 않는 교과과정의 반복이 그렇다.

이런 각도에서 볼 때, 강원도 교육청이 2013년도 전국 최초로 시작해 올해까지 유지하고 있는 ‘책 읽는 입학식’은 신선한 변화다. 좋은 평가를 받은 덕에 2013년 첫해에는 30개 중·고교로 시작했던 규모가 올해는 37개 중학교와 14개 고등학교를 합쳐 51개로 늘어났다.

과거에는 없던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교육청의 ‘책 읽는 입학식’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 내용만으로 ‘책 읽는 입학식’을 평가하는 것은 한국 교육현실에서 챙겨봐야 할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는 일이다.

한국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교육이 학생들의 사고를 촉발하지 못해왔다는 사실이다. 한국방송(KBS)이 지난해 11월 26일 한 교양프로그램인 ‘명견만리’에서 소개한 내용이지만 한국의 대학생들에게는 창의적 사고력보다 수용적 사고력이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서울대학교 재학생 1천111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공부 방법을 조사한 결과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이다. 두 학기 이상 학점이 4.0 이상인 상위 2.5%의 최우등생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에서도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87%의 학생이 교수의 말을 모두 적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방법이라고 답했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기대치가 있어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적인 토론이 있을 것으로 자그마하게나마 기대된 대학이 이럴진대 초·중·고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도교육청의 ‘책 읽는 입학식’이 지니는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런 한국 교육문화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 행사가 내포하고 있다는 데 있다. 물론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하다. 입학식에서 교장 선생님이 책 몇 대목을 읽어주고 신입생과 선생님, 학부모 대표자의 ‘아름다운 독서 다짐’ 서약을 발표한다고 한국의 ‘생각하지 않는’ 교육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책을 읽고 생각한 바를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그래서 기왕에 이런 의미 있는 입학식을 시작한 만큼 교육방식도 바꿔 학생에게 끊임없이 지적 호기심이 생겨나도록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이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마르지 않는 학습욕은 지식의 주입이 아니라 학생들의 호기심 유발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학부모도 수용하고 학교의 변화에 협조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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