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원에 있는 보육교사들이 부모와 아이들을 위해 숲 놀이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부모교육에 대해 강의를 하게 됐다.

교사들이 부모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간단했다.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숲 놀이를 진행하는데, 날씨와 관계없이 연속성을 보장해 달라는 것과 두 번 진행 후 반드시 부모교육에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부모교육에 빠지면 숲 놀이에 아이를 보낼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또 부모가 선택한 이 숲 놀이에 참여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설명회에 참여한 10팀의 부모들이 당황해 했다. 아이들만 보내면 될 줄 알았는데, 두 달에 한 번 꼴로 부모들이 상담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니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그리고 1년간 부모들이 직접 느낀 아이들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놀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본 주제로 들어가려 했는데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과연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참여하게 될지 나 또한 기대되고 궁금했다. 어린이집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제대로 놀 권리를 지켜주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부모들의 아이에 대한 기대나 부모 주도의 참여프로그램을 보며 느끼는 안타까움이 있다.

요즘 부모들은 일종의 출산파업으로 하나나 둘 정도의 아이를 낳아 선택과 집중으로 아이들에게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상위 10%를 위한 제도교육 10여년을 지나 어쩌다 조건맞춤으로 연애하고 결혼하게 되면 출산은 오로지 두 부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임신의 축복은 실종되고 아이는 내 발목을 잡는 존재가 돼버리기 일쑤다. 육아전쟁을 치르다 패잔병으로 남거나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부부간에 소통까지 안 되는 상황이면 아이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린이집의 아이들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정보에 능한 부모들은 아이들을 쉴 틈 없이 스케줄대로 들이대는 한편으로 편부편모가정이나 조손가정에서는 교사와 부모의 소통단절로 보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이 틈에서 사교육을 하는 업체들은 부모들의 마음을 헤집어 아이들을 볼모로 끊임없이 유혹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절기와 세시를 리듬으로 체득하고, 음식으로 추억을 만들고, 안정적인 기다림 속에 무엇엔가 온전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아이가 온갖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부모의 아이들을 보면 쉽게 식상해하고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부모나 교사에게 끊임없는 자극을 요구한다.

우리 부모들이 생존을 위해 생업을 영위하느라 방치했던 우리들 세대는 그나마 행복하다. 방치돼서 심심하면 그 심심함과 무료함을 벗어나기 위해 놀이를 찾았고, 그 놀이를 반복적으로 원 없이 경험하며 업그레이드되고 몰입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자라서 공부로는 성공하지 못해도 자기가 찾은 자리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어린이집에서 커가는 우리 아이들은 선택할 자유도, 몰입할 자유도 없이 불확실하고 불연속적인 생활 속에 노출돼 있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까지 모든 과정이 예측 가능한 리듬이 있는 생활이었는지를 부모들이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부모로서 아이에게 주는 일련의 것들이 어쩌면 나의 최선이 아니었을 것이다’라고.

 

김호연 시민기자(보육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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