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풍물시장 13동 100호
풍물생고기 박민숙 대표

“약사천에 있을 때 엄마 손을 잡고 오던 꼬마가 이제는 단골손님이 됐다.” <풍물생고기>의 박민숙(48) 대표는 “많이 벌고자 하면 많은 손님이 유지될 수 없다. 손님도 직원도 같이 상생의 관계로 봐야 한다. 오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좋은 그런 곳이야 한다”며 “나만 돈 벌고자 하는 마음으로 했다면 이렇게 안됐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춘천풍물시장의 대표적 맛집인 ‘풍물생고기’는 박 대표가 남편 김희남(67) 씨와 함께 약사천 풍물시장부터 18년째 돼지고기만을 취급하는 정육식당으로 승부한 결과, 이제는 전국 100대 맛집에 이름이 오르내릴 만큼 유명세를 치르는 집으로 성장했다. 더욱이 젊은 세대와 관광객이 SNS를 통해 입소문을 내며 춘천풍물시장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풍물생고기>의 자랑은 역시 ‘좋은 고기’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과 큰손 박 대표가 주는 덤까지. 때때로 시행되는 학생과 군인 1천원 할인을 더하면 그야말로 넉넉하다. 이제는 단골들이 좋은 음식들을 싸들고 와서 박 대표를 챙길 정도로 편해진 손님들. 덕분에 새벽에도 문을 열어달라는 야간 근무자 단골들의 성화에 불려 나온 적도 여러 차례다. 아예 집을 시장 가까이 얻었을 정도다.

‘풍물생고기’는 18년째 단 하루도 문을 닫은 날이 없다. 설 당일에도 오전에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라도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형편이 어려워서 할 수 없이 쉬지 못했지만, 여유가 생기면서부터는 찾아오는 손님을 외면할 수 없고 감사한 마음에 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 마음 때문에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18년 동안 딱 한 번 가격을 올렸을 뿐이다. 구제역 파동 때 올린 2천원. 최근에도 물가상승 때문에 버티지 못해 올리려 했지만, 남편의 만류로 무산됐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시장마저 가격을 올리면 안 된다는 거였다. ‘풍물생고기’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남다른 이유는 부부의 마음 씀씀이에 있어 보였다.

박 대표는 사실 ‘욕쟁이 사장님’ 이전에 ‘오뚝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 남 보기엔 장사가 잘 되는 집이지만, 규모가 커진 만큼 나가는 것도 많다고 박 대표는 토로했다. 지난해 10월에야 대출 받아 내 집을 마련했다고 귀띔하기도.

은행에 다니던 박 대표는 IMF 이후 사정상 풍물시장에 오면서 누가 알아볼까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녔다고 했다. 반지하 가게에서 먹고 자며 장사를 시작할 때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많은 고생을 했고, 거기에 오지랖 넓은 성격 때문에 힘든 친정과 시댁을 외면하기 힘들었다. 늘 함께 가족이 먹고 살 궁리를 했고, 지금도 가족들과 장사를 하고 있는 박 대표. 박 대표는 아직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타봤다고 했다. 여행 한 번 못 가보고, 변변한 가족사진 하나 없을 만큼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돌아보니 고등학생이 된 외동딸이 있었다고. 씩씩하고 담대하던 박 대표도 딸 얘기에는 짠하고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손님들한테는 고기 태운다며 호통 치느라 늘 목이 쉬어있는 화통한 사장님이지만, 사춘기 딸과는 쉽지 않은 엄마의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풍물생고기’의 안주인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 대표는 요즘 젊은 손님들이 고맙다. 고기보다는 밥집이나 술집처럼 이용하는 젊은 손님들이지만, 이들이 오는 것이 매출보다 중요하고 고맙단다.

풍물시장이 5일장이란 인식이 많은 탓아 생기는 어려움도 있다. “겉보기에는 잘되고 사람 많아 보이지만, 사실 구경하러 오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장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불편해하기도 하고 매출에도 영향이 있다”는 것.

박 대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시장의 얼굴이다. 나도 시장의 얼굴이다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시장의 푸근한 정이 느껴지도록 책임감을 갖고 장사에 임하다 보니 그전보다 부담을 갖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좋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풍물시장이 전국에서 제일가는 시장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빼놓지 않았다.

김은하 기자


약사동 시절부터 오랜 세월 풍물시장을 지켜온 사람들. 이들이 있어 사람들은 시장을 찾고, 시장은 또 그렇게 사람냄새로 북적인다. <춘천사람들>은 두 차례에 걸쳐 춘천풍물시장의 대표 상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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