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풍물시장 10동 67호
풍물수산회센터 신규풍 대표(춘천풍물시장운영회 이사)

 

원주 사람인 그가 춘천사람으로 편입된 것은 89년 즈음. 고향에서 하던 축산업에 실패하고 낯선 곳으로 가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춘천에 자리를 잡았다. 명동에서 노점상으로 핫도그를 팔았다. 비록 핫도그였지만 그냥 어깨너머로 배운 것은 아니다. 꼬박 1주일 동안 서울에서 새로운 기법을 익혀서 내려왔다. 프랑크소시지를 조각내지 않고 그대로 넣고, 겉에 빵가루를 묻히지 않고 매끄럽게 튀겨내었다. 통상 50원이던 값을 300원으로 올려 받았으나 날개 돋친 듯 잘 팔렸다. 노점상을 차린 지 한 달 만에 인근의 다른 노점상들도 신대표의 핫도그를 흉내 내어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열심히 노점상을 하고 드디어 약사동 시절의 풍물시장에 점포를 내 액세서리를 팔았다. 내 가게가 생겼지만, 벌이는 좋지 않았다. 대신 강원도 전역에 오일장을 다니며 채소와 생선을 팔았다. 성심껏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저기 이동해서 다니던 오일장에도 단골이 생겼다.

그러다가 이곳 풍물시장으로 옮기면서 좋은 자리에 점포도 얻고 ‘풍물수산시장’ 간판을 걸었다. 5일장 때는 사람 사는 맛이 난다고 한다. 많이 팔아서 맛이 아니라, 시장답게 사람들이 많이 오가니까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하고 부자가 된 듯하다.

“비법? 글쎄, 어디 가나 물건이야 다 비슷하지. 내가 말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철저한 위생하고 인심이랄까. 우리는 덤 없으면 안돼요.”

장사의 비법이나 수완이 있느냐는 질문에 불그레한 얼굴이 더 붉어지며 웃는다. 그런데 왠지 성품 좋아 보이는 웃음이야말로 비법이 아닐까 싶어 다시 여쭈었더니 역시나 빙그레 웃으며 하는 대답 “하기는 손님들이 나와 눈이 마주치면, 딱히 살 마음이 없다가도 산다고들 해요.” 그의 웃음을 따라 보는 이도 함께 웃게 된다.

“맛있어요! 또 올게요! 포장해주세요!” 힘든 일과에도 그를 기운 나게 하는 말이라고 한다. 풍물수산회센터의 명물은 손수 만든 양념을 발라 구운 장어! 지나가던 이웃상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거든다.

“계획은 딱히 없어요. 나이도 있으니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사는 것에 족하지. 돈 더 벌면 불우이웃도 돕고 봉사도 하고 싶어요!” 욕심내지 않고 다만 물 흐르듯, 정성과 청결로 준비한 음식을 내고, 조금의 여력이 있다면 어려운 이를 돕고 싶다는 신대표. 그의 소박한 소원이 풍물시장에서 이뤄지기를 <춘천사람들>이 응원한다.

허소영 시민기자

5일장이 서지 않는 평일의 시장은 나른한 햇살 아래 자리 잡은, 할머니가 가지고 나온 나물의 이름 하나 하나 알아보고,
시장 거리를 혼자 차지하며 산보하듯 걸어 다녀도 좋을 만큼 여유롭다. 이런 여유로움이 아니고서는 시장 사람들을 독차지하며 이야기 나눌 틈이 없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풍물시장의 또 다른 명물 세 분과 만났다. 불그레한 얼굴이 늘 웃는 모습인 <풍물수산회센터> 신규풍 대표,
신뢰가 아니면 망한다는 마음으로 무수히 깨지며 배운 약초상 <부범물산> 윤교선 대표,
기계의 편리를 포기하고 고된 손맛을 고집하는 <낙원떡집> 송병석·박복순 부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문을 남기는 장사 속으로만은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오랜 세월 시장통에서 몸으로 겪어낸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