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이 끝나갈 무렵 ‘축제극장 몸짓’에서 공연 중인 ‘영혼 콘서트 객 3.5’를 보았다. 가수 고 이남이 선생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같은 모티브를 가진 ‘객’의 앵콜공연 형식이었는데, 여기에서 박명환 배우는 주인공인 영혼 역을 맡아 열연을 했다. 당시의 강한 울림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나누던 중 마침 배우의 생일이 오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일날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한다니 한편으로 감사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연극배우 박명환은 봉의산 아래 옥천동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춘천에서 보내고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서울로 이사해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부터 방황이 시작됐는데 그냥 사는 게 싫었다.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된 삶과 철학으로 불교에 귀의하고 싶다는 생각에 머리를 깎고 중학교 때부터 다니던 우이동의 도선사를 찾았다. 사찰에서 받아주지 않아 길거리를 방황하기 시작해 삶의 바닥까지 경험했다. 스물일곱 살이 될 무렵 동생의 권유로 당시 춘천에서 운영되던 ‘극단 혼성’에 가입하고 연극을 배우며 단역배우의 길을 걸었다. 정통연극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명지대학교 연극영화과를 2년 정도 다니기도 했다. 극단 혼성에 20여년을 있으면서 2005년에는 혼성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배우 박명환에게 극단의 대표는 어울리지 않았다. 1년 정도 대표를 하다가 그만두고는 또 다시 연극에 몰입했다. 늘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면’을 담고 싶은 마음에 선 굵은 역을 주로 했다. 당시 연기했던 작품 중 기억나는 작품이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와 ‘작은 할머니’라는 작품인데, 악역을 맡았다. 특히 ‘작은 할머니’에서 맡은 할아버지 역할은 ‘이렇게 나쁜 인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악역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악역이 좋았다. 악역이나 선 굵은 역이 좋은 이유에 대해 물으니 지나온 과거의 삶이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세상의 바닥을 경험해 봤기에 철학적으로 내재된 것이 표출된 것이라 생각한단다.

 

 

연극배우가 보는 춘천은 어떤지 물었다. 춘천은 연극배우로 살기에는 너무 열악한 도시라고 한다. 열악한 공연시장 환경으로 연극배우들이 삶을 지탱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두 달 정도의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오르는 연극이 한두 번 공연으로 막을 내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다.

배우는 앞으로 연기자로서 모노드라마를 꼭 해보고 싶다고 한다. 모노드라마는 큰돈이 들지 않으면서 자신의 내재된 모든 것을 표출할 수 있는 장르라고 한다. 문화강대국의 최정오 대표가 자신의 모노드라마를 가장 잘 써줄 연출가라고 생각한다며 각본을 써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수 년 전부터 각본을 부탁했는데 아직 써주지 않는다며 대신 압력을 넣어달라고 말하며 웃는다.

‘영혼 콘서트 객 3.5’에서 보여준 선 굵은 영혼 연기와 옹고집전을 통해 보여준 관록,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 배우의 치열한 삶. 이를 바탕으로 한 토박이 연극배우 박명환의 모노드라마가 탄생할 날이 멀지않기를 기대해본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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