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동주’와 ‘귀향’은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일본말을 쓰고, 일본 군복을 입은 이들이 교실로 무단 침입을 하고, 이름 하나, 글 한 줄에도 ‘일본식’이 될 것을 강제 당했다. 한쪽에서는 초경도 채 치르기 전의 소녀들을 전쟁터로 끌고 가 몸과 정신을 유린했다. 2시간 여 만에 영화는 끝이 나지만, 스크린 밖의 역사는 여전히 그 시기의 종속과 억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일제 친일세력의 당사자이거나 자손이거나 그 자본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 장악한 정치·지식·경제 권력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우리 역사는 시간만 흘렀을 뿐, 그 치욕의 과거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이뤄내지 못했다. 아! 어차피 태엽이 뒤로 돌아갔다면, 그것을 핑계 삼아 과거로 돌아가 이 부조리를 모두 말끔히 떨치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 이런 마음을 함께 거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즈음,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2015년 9월 ‘조선의열단’ 재건을 위한 조직이 구성됐고 거기에 춘천 사람 김창수 씨가 함께하고 있었다. 어떠한 절박함이 과거를 불러들여 다시 ‘조선의열단’을 재건하게 했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조선의열단을 다시 결성하게 된 배경을 알고 싶습니다. 

작년 9월 3일, 광화문에서 대한민국 전승절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가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어요. 그때 중국의 경우 만주사변을 기점으로 일제와 14년을 싸우고도 전승절을 기념하는데, 우리는 1905년 을사늑약 이후로만 잡아도 무려 40년간 일제와 싸웠으니 당연히 이를 승리의 역사로 기념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40년이라는 기간은 세계 역사적으로도 드문 독립투쟁기간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장기간의 독립투쟁과 1919년 건립된 임시정부의 역사를 무시하고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하고 있잖아요. 우리 독립 투쟁사를 올바로 세우고 계승해야한다는 의미에서 조선의열단을 재건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재건된 조선의열단의 조직구성과 함께 하시는 분들에 대해 궁금합니다.

조선의열단 창단 96주년을 기념하여 온라인 공간 (http://cafe.daum.net/chosuncommunity)
을 만들어 회원가입 및 항일운동에 대한 자료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월 21일, 청주 낭성에서 개최된 단재 신채호 선생 순국 80주기에 밀양에서 신의열단 활동을 하고 있던 분들과 만나 앞으로 조직을 통합하고 함께 힘을 모아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조직의 모습을 갖추기에 많이 부족하지만 여러 인연들이 통해 의열단이 전국적인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임시정부가 있던 상해에도 다녀오셨지요?

의열단 재건을 다짐하며 카페를 개설하고 나서 12월 말에 상해임시정부와 항일유적지를 탐방하는 역사기행이 있다는 것을 민족문제연구소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탐방 코스에 의열단 유적지도 포함돼 있었기에 참여했습니다. 그곳에서 의열단 재건에 동의하는 여러 분들을 만났습니다. 의열단 최고의 이론가였던 류자명 선생의 손자(충주 거주), 노동운동 출신가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분들(전주 거주), 검도관 관장(천안 거주), 한국작가회의 시인(서울 거주) 등 여러 분들과 밤늦게 항저우 야시장에서 술을 한잔 나누며 친일청산과 조국통일의 미래를 위해 의열단 활동에 힘을 모으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감동과 함께 의열단 활동에 대한 운명을 느꼈습니다. 한편으로 독립투쟁의 역사를 소홀히 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 부끄럽기도 했지요 .평등한 사회와 남북의 평화로운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 독립 열사들이 꿈꾸었던 나라였구나 싶었어요. 그걸 만들어내는 게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큰 아들이 야학 외에 다른 단체 일을 하느라 허덕이는 나를 보며‘아빠는 왜 그렇게 여러 일을 많이 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때‘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라고 대답했다. 김창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딱 그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지 않는가? 좋은 민족주의 따위는 없다고들 하지만, 그릇된 역사를 그냥 두는 것 또한 옳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조선의열단 활동 이외에도 다양한 일들을 하고 계시지요.

기존의 보수언론들의 폐해를 바로 잡고 왜곡과 편파보도에 저항하기 위해 TV대한을 만들었어요. 물론 아직 힘이 미약하지만 누군가 꾸준히 진실을 이야기하고, 불의에 저항하면 조금의 경각심과 변화를 일깨울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 조선일보반대 마라톤대회를 함께 해오고 있는데, 여기서 나아가 춘천항일의병기념 마라톤대회를 기획하고 있어요.

이 시대에 조선의열단의 의미를 어떻게 정리해볼 수 있을까요.

친일 행위는 반성해야 마땅하고 독립운동은 존중돼야 마땅합니다. 이러한 당연한 상식과 규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것이 우리의 사회정의를 무너뜨렸다고 봅니다. ‘친일행위에 대한 단죄에 시효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국이 또다시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지표를 분명히 세워두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권력에 대한 투쟁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옳은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친일세력은 반성은 커녕 오히려 식민사관을 퍼뜨리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엄정한 단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이름만 조선의열단을 빌린 것이 아니라, ‘천하의 정의를 맹렬히 실행한다’는 1919년 조선의열단의 목표를 끝까지 가져가려고 합니다.

조선의열단은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요?

우선 대한민국 전승절 제정을 위한 활동과 약산 김원봉 장군에 대한 재평가와 서훈청원 운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항일독립운동사 학습 및 홍보 자료를 통해 항일 운동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일본 자위대 재무장을 막고, 민족을 배신한 친일세력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룰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시간여행하는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돌려 과거로 다시 돌아가 바로 잡는다면 언제로 가야할까를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오늘 이 순간을 만든 비가역한 결정적 순간은 언제일까.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들, 중국의 전승절에 하객으로 가면서도 막상 투쟁으로 쟁취해낸 우리나라의 전승절은 헤아리지도 않는 사람들, 역사왜곡 국정교과서를 고집하는 정부. 일제강점기의 권력구도가 외피만 바뀐 채 본질은 그대로 가고 있는 현실. 2016년에도 되풀이되는 일제강점기의 기시감들을 어디서부터 돌려야할지 막막한 마음을 나눌 단 한 사람이 귀하다. 마침, 김창수 씨를 만나 많은 위안과 힘이 됐다.

강종윤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