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태어나서 그런가 보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노란 병아리와 진노랑 개나리꽃이다. 개나리는 오래 전부터 춘천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알고 있어 더 친근한 느낌이 든다. 춘천시는 최근 소양강처녀의 이미지를 따서 ‘로맨틱춘천’이라는 영문의 도시브랜드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춘천시의 상징이 뭘까 궁금해 춘천시 홈페이지를 들여다봤다. 춘천시의 시화(市花)인 개나리는 순결하고 바르게 사는 시민상을 상징한다고 한다. 춘천시를 상징하는 동물은 진취적인 이미지를 가진 호랑이로 정했다. 춘천시의 새는 산까치다. 길조의 전설을 가진 텃새로 만인에게 아름다움과 경쾌함을 주고 있어 소박하고 아름답게 사는 시민상을 상징한다고 한다. 춘천시를 상징하는 나무는 은행나무다. 오래 장수하는 나무로 자연의 포용력을 상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은행열매가 금값 대접을 받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은행열매가 푸대접을 받는 신세가 됐다. 특히 열매가 열리는 암은행나무는 고약한 껍질 냄새 때문에 가로수로는 눈엣가시처럼 취급받고 있다.

춘천시 청사 내에 있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잘려나갈 위기에 놓여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춘천시 청사신축TF팀이 등록문화재인 옛 춘천문화원 건물 주위에 있는 100년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를 폐기처분하기로 했다는 <춘천사람들>의 보도가 있었다. 은행나무가 신청사 건물을 짓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일 터이다.

왜 그런 결정이 불가피했을까. 요즘 흔하디흔한 게 은행나무지만 100년이 넘은 은행나무라면 신중히 검토한 후 결정을 해야 한다. 들추고 싶지 않은 옛 춘천문화원 건물 수난사를 다시 되돌아 봐야겠다. 춘천시가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면서 일관적으로 추진해 온 것이 옛 춘천문화원 건물을 철거하거나 이전하는 거였다. 등록문화재를 해제한 뒤 헐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문화재청이 이전까지도 옳지 않다며 현지보존 결정을 내렸다.

옛 춘천문화원 건물은 크게 보면 주위에 있는 죽림동주교좌성당, 소양로성당, 춘천미술관, 강원도청사 등 근대건축물과 연계해 교육의 장이나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문화재청이 발간한 춘천문화원 기록보고서가 내린 결론이다. 옛 춘천문화원 주변은 춘천시 중심지에서 유일하게 수목이 풍부한 공간으로 시민의 휴게공간으로 사랑 받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맥락에서 강원도지사의 공관이었던 옛 춘천문화원 건물 주위의 숲은 당연히 원형으로 보존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욱이 일제강점기와 6·26전쟁 등 역사의 질곡을 딛고 춘천의 근대사를 함께 해온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춘천시의 상징목이 아니던가. 춘천시는 상징나무인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한 숲을 잘 보존해 신청사와 옛 춘천문화원 건물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설계를 추진하는 게 백 번 옳다.

정재억 (춘천역사문화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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