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전통적인 것으로 차별화 하겠다!

“아무래도 전과 같지 않지요. 한창 때는 춘천시의 거의 모든 구멍가게가 이곳에서 물건을 해가고, 춘천뿐 아니라 양구·화천·홍천·가평에서도 채소나 산나물을 모두 이곳으로 가져와 우리에게 넘겼을 정도였어요. 노점상들도 가득 차서 정말 사람 사는 맛이 났지요.”

소위 ‘한창 때’, ‘전성기’의 시장을 돌이켜보는 지성열 회장의 눈에서 다시 한 번 그 시절의 시장 모습이 그대로 재연되는 것 같았다. 새벽 임시장으로 시작해 ‘번개시장’이었지만 도매상으로서의 위상도 대단했다는 것이다. 춘천의 먹거리를 이곳에서 책임진다는 자부심도 컸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그러하듯 춘천 곳곳에 생긴 대형마켓은 그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을 잠식해 문을 닫게 했고, 이들에게 물건을 넘겼던 시장도 급격히 위축시켰다.

그렇게 대형마트의 공격에 상처받고 피폐해져가던 ‘번개시장’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40대에 이곳에 들어와 자녀를 다 키우고 번듯한 집에서 그의 한 가족이야 여유롭게 살 만큼은 됐지만, 시장 사람들과 한 몸이 돼서 살아온 30년 넘는 세월을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2014년 상인회를 조직해 초대회장을 맡으면서 ‘전통시장’으로 인증도 받았다. 지역주민들과 춘천시 문화재단의 도움을 받아 문화학교도 개설해 상인들과 함께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공부도 했다. 나이도 들고 몸도 고단해 수업시간을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동료 상인들이 잘 협조해주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쁨으로 무사히 과정을 마쳤다.

전통시장 선진지 방문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아케이드 설치로 깨끗하게 정비된 시장들을 돌아보며 부러움이 컸다. 3년간 100억원이 투자되는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된 것은 상인들과 지회장, 그리고 지자체의 마음과 노력이 하나가 된 성과였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도 저마다의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노점상들과 상생하며 지역주민들과 어우러지는 게 결과적으로 더 큰 보상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지성열 회장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주민과 센터, 지자체가 함께 향후 지속적인 발전계획을 세우게 되겠지만 우선 개선돼야할 것으로 화장실과 주차장 문제를 들었다. 소양강변의 스카이워크가 정비되고 계획대로 개발사업이 추진된다면 많은 인원이 찾아올 것이라 전망했다. 장기적인 계획뿐 아니라 부족한 먹거리 상점의 확보, 당장의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 상인연합회를 조직하고 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선 애로사항이나 민원을 각자 해결하다 상인회를 통해 하니까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줄었어요. 상인회 기금도 천만원이나 모았습니다. 서로 더 신뢰가 쌓였다고 할까요. 방송장비도 내 자비로 설치했는데 애경사가 생기거나 공지사항을 방송으로 알려주니까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친목도 다져지는 것 같아요.” 꽃이 피면 동해로 상인들 단합대회를 다녀와야겠다는 지회장의 얼굴 가득 봄꽃이 피고 있다.

끝으로 춘천시민들에 대한 당부를 들어봤다. “옛날처럼 많이 사랑하고 찾아주세요. 우리 상인들도 열심히 보답하겠습니다. 많이 애용해 주세요. 4월 산나물축제, 9월 송이축제에 꼭 오세요. 오시면 ‘아, 역시 재래시장이구나’ 하실 겁니다!”

허소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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