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난 김옥순표 ‘긍정커피’ 한잔 어때요!
3호집 김옥순 사장(72세)

“커피 한잔 드실라우~ 어떻게 해드릴까? 블랙이 좋은가, 믹스가 좋은가?”

3호집 김옥순 사장님의 첫 인사는 ‘어서 오라’는 것도 ‘많이 사라’는 것도 아니고, 커피 한 잔 내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서너 사람 앉으면 꽉 찰 3호집은 목을 축이고 나른한 시간을 버틸 커피 같은 음료와 김밥이나 국수처럼 간단한 끼니음식을 파는 곳이다.

강변에서 열리던 시장을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함께 들어온 김 사장은 골조에 겨우 포장만 씌워 바람 막을 정도로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보기엔 허술했어도 장사는 잘됐다. 한창때에는 3호집 뿐 아니라 4호와 5호집까지 터서 식당을 낼 정도였다.

“그땐 국밥이랑 칼국수, 수제비도 팔고, 막걸리도 내가 직접 담가 팔았어요. 나는 겨우 만들어내기 바쁘니까 손님들이 직접 국밥 푸고, 돈은 돈 통에 알아서 넣고 그랬지요. 여기가 교통이 좋지 않으니까 상인들이 인근 지역에서 오려면, 저녁에 물건을 가지고 와서 우리 집에서 같이 밤새우고, 새벽이면 수제비도 같이 떠서 거들어주곤 했어요. 고되어도 정말 행복했어요!”

수제비 한 그릇에 100원하던 시절, 새벽부터 아침까지 장사해서 6만원을 버는 날도 있었으니, 수입도 제법 쏠쏠했다. 그러나 ‘고되어도 행복했던 것’은 돈이 많이 벌려서만은 아니었다. 혼자 바쁠 때면, 손님들이 알아서 도와주고, 알아서 챙겨주었던 그 정이 사뭇 그립고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풋풋한 정은 남아 있어서, 이웃 가게 주인이 외출을 할 때면 서로 알아서 팔아주고, 돈 통에 넣어두면 또한 알아서 챙겨간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게 정(情이)라고 했던가.
대형마트의 여파로 시장 경기가 죽어가고, 상인들이 빠져나가면서 뒤쪽은 폐허처럼 변했다고 안타까워하지만 김 사장 역시, 주민교육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다시 활력을 찾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우리가 교육받고 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도 조금씩 우리 노력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것 같아요. 환경만 갖춰지면 잘 될 거예요. 우린 다른 시장보다 오래 이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많아요. 서로 가족 같은 사이죠. 힘들 때는 가족이 최고잖아요. 회장님을 중심으로 서로 내일처럼 협동하고 협조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여기 위치가 참 좋아요. 강이 바로 앞이고, 봉의산이 뒤에 딱 지켜주고 있고. 여기가 잘되면 춘천이 잘되는 거예요!”

70을 넘은 여성 노인의 힘이 들어간 이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렇게 믿고, 이렇게 한 마음이면, 안 될 일이 무엇일까 싶었다. 사회적기업인 <동네방네>가 교육수료 후 주었다는 ‘수료증’을 받고 정말 든든하고 뿌듯했다는 김 사장은 젊은이들도 잘 모르는 ‘공동체’라는 말을 강조했다.
“시장 사람이든, 지역 주민이든 다 같은 춘천 사람들이잖아요. 우린 공동체니까. 같은 마음으로 찾아주세요. 친절하게 잘 할게요. 내가 노력으로 되는 일이라면,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할 거예요!”

김 사장은 몸이 허락하는 한, 아직 쓸모 있다고 할 때까지는 장사를 할 거란다. 시장에 가거든 그의 커피 한 잔을 마셔볼 일이다. 그의 손끝을 따라 ‘긍정의 힘’이 덤으로 녹아 힘이 날 것이다.

허소영 시민기자

봄이다! 나물이며 각종 채소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제대로 봄을 즐기려면 번개시장에 가볼 일이다.
춘천 최대의 도매시장으로서의 명성이 이때만큼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입맛 없는 어느 날 이른 시간, 시장에 가자. 번개시장의 3인방을 찾아 과일이며 나물을 사고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들이켜 보자.
‘덤’과 함께 ‘정’도장 바구니 가득 들어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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