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봄맞이는 내가 책임질께요^^
언니상회 국영순 사장(68세)

지성열 상인회장님이 번개시장의 대표 주력상품이라며 내내 자랑했던 것이 인근 산지에서 직접 생산자가 가져오는 제철 나물과 농산품이었다. <언니상회>는 바로 그 대표상품이 모여드는 채소가게다. 강 건너 서면 노지에서 직접 캐왔다는 냉이를 보여주며 “냄새 좀 맡아봐요. 정말 향긋하죠?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것과는 달라요.”하신다. 아! 봄이 코끝으로 들어와 온 몸에 초록이 스며드는 느낌이다.

혼자 된 국 사장의 언니가 생활 기반을 마련하도록 번개시장에 작은 점포를 낸 <형제상회>가 <언니상회>의 전신. 동생이 서면에서 지은 농산물을 언니에게 주면, 언니는 시장에서 열심히 팔아주었다. 서로 의좋은 자매로 의지하고 살다가 언니가 아이를 다 키우고 결혼시켜 이곳을 떠나게 되자, 언니를 그리는 마음을 담아 간판을 <언니상회>로 바꾸고 국 사장이 아예 점포를 맡았다.

국영순 사장은 꾸준히 믿을 수 있는 생산자들과 거래를 트고 이문을 적게 남기는 대신 빨리 팔아 재고를 없앴다. 국 사장의 가게에는 춘천뿐 아니라 화천, 홍천, 양구, 가평 등에서도 신선한 채소와 나물, 철마다 버섯이며 고추를 믿고 맡기는 생산자들이 많다. 그만큼 믿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다.
장사보다는 농사가 먼저였던 국 사장에게 농사와 장사 중에 무엇이 더 고될까. “아무래도 농사가 몸이 힘들어요. 그래도 여기서 장사하면서 3남매 다 대학원 마치고, 딸아이는 대학에서 교수도 하고, 결혼도 하고…”

그러고 보니, 국 사장은 박사마을로 유명한 서면 출신이었다. 박사가 많기로 유명한 박사마을은 지세도 인재가 나오기에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려서부터 새벽 강을 건너 채소를 팔아 자녀를 키웠던 부모의 열성과 성실이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과서였을 것이리라.

국 사장에게도 대형마트의 여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무리 차별화해 좋은 농산물을 갖다 놓고 값을 싸게 불러도 후미진 옛 동네시장을 찾아주는 이가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 역시 마을주민대학을 통해 재래시장이 살아남기 위한 노력들을 배웠고, 묻혀있던 장점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이를테면 시장은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 학습의 장이라는 것이다. 대형마트에는 많은 물건들이 이름표를 달고 포장돼 있지만, 그 나물이 어디서 나온 것이며 어느 계절이 제철이고, 어떻게 해 먹으면 맛있는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관계는 최소한의 정보를 나누는 것으로 축소되지만, 시장에서는 냉이 한 줌을 팔면서도 다양한 이야기와 덤이 오간다. 아이들은 지나가면서 수북이 쌓여있는 낯선 나물을 보며 이름을 묻거나, 직접 봉투에 담으면서 양을 가늠해보기도 한다. 질문 많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호기심도 채우고, 상점마다의 고유한 특징이나 사람들의 태도를 배운다. 기계에서 찍어낸 듯 같은 미소와 같은 유니폼의 정형화된 관계가 아니라, 질박한 시골 할머니의 목소리도, 직접 재배한 채소의 내력도 듣게 되니 상인과 나, 시장과 우리 집이 별개가 아니라 큰 이웃으로 느껴질 수 있다. 여기에 이익만 챙기려는 야박함이 자리할 틈이 없으며, 무조건 싸게만 달라는 얌체 같은 이기심이 끼어들지 않는다.

<언니상회>가 바빠질 철이 됐다. 4월 봄나물의 향연이 곧 펼쳐질 예정이니, 춘천 사람들은 전격 시장 나들이를 준비하시라!

허소영 시민기자

봄이다! 나물이며 각종 채소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제대로 봄을 즐기려면 번개시장에 가볼 일이다.
춘천 최대의 도매시장으로서의 명성이 이때만큼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입맛 없는 어느 날 이른 시간, 시장에 가자.
번개시장의 3인방을 찾아 과일이며 나물을 사고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들이켜 보자.
‘덤’과 함께 ‘정’도 장바구니 가득 들어와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