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 끝나가면서 겨우내 쌓였던 눈과 계류를 두껍게 덮고 있던 얼음이 서서히 녹기 시작한다. 부지런한 버들강아지가 피어나기는 하지만, 깊은 산속 골짜기 물은 여전히 얼음같이 차갑고 바람은 세차기만 하다. 그러나 이미 물속의 생명들은 무언가 변화를 알아차리고 꿈틀대기 시작한다. 열목어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도 이즈음이다.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골짜기의 물이 불어나기 시작하는 것을 신호로 하류의 깊은 곳에서 겨울을 보내던 열목어가 산란을 위해 상류로 오르기 시작한다.

새로운 생명을 틔우기 위한 여정이야 어느 누구에게나 어렵고 험난한 길이겠지만 유독 몇몇 생물들의 경이롭고 눈물겨운 투쟁은 우리를 감동시키기도 한다. 열목어들 역시 하류의 월동지에서 계류의 상류로 오르는 길이 어찌 평탄한 길이겠는가. 바위투성이의 세찬 여울도 거슬러 올라야하고 높은 폭포도 수십 번 사력을 다해 뛰어오르면서 여기저기 부딪치며 상처를 입는다. 산란지에 오르고서도 다른 놈들과 다퉈가며 좋은 알자리를 차지해야 하고, 성숙하고 건강한 짝을 만나야 비로소 번식을 위한 목적을 이루게 된다.

 

열목어는 연어나 송어 등과 같은 무리에 속한다. 연어나 송어가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산란하는 것과는 달리 열목어는 이런 습성을 버리고 아예 민물에 붙박이로 정착해 서식하는 방법을 택한 물고기다. 몸길이가 50cm을 넘는 것도 볼 수 있을 만큼 몸집이 크다. 물속의 곤충이나 작은 물고기, 가을에는 월동을 위해 물속으로 들어오는 개구리 등도 먹는 육식성이다. 열목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냉수성 물고기로 깊은 산중의 수온이 낮은 계류에 서식한다. 점차 개체수가 줄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열목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 여름에도 수온이 20℃를 넘지 않을 정도로 물이 차야하고, 유량이 풍부해 큰 몸을 숨길 수 있을 만큼 깊은 소가 있어야 한다. 우수한 수질과 높은 용존산소를 유지해야 하고, 먹이인 물벌레들과 작은 물고기들이 풍부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숲이 우거져 풍부한 유량을 유지시키고 계류에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곳, 주변에 오염원이 없는 곳,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어 교란이 최소화 된 곳, 이런 곳에서만 열목어가 산다. 우리나라의 주요 서식지는 양구, 인제, 홍천, 정선, 평창, 봉화 등이다.

 

송호복 (사단법인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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