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뭐가 묻든 다 지울 수 있지만 불에 그슬리면 돌이키지 못하지.”“그럼 지울 수 없는 얼룩이 생겼을 땐 어떻게 해요?”“글쎄다…… 그러니까……”아버지는 꾸벅꾸벅 조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어지는 대답이 꼭 잠꼬대처럼 들렸다. 그때는 사람들이 옷을 입고 다니는 이상 세탁소가 없어질 일은 영영 없을 줄 알았다. 전석순 작가의 신작 소설집 《모피방》이다. 성실하게 생업을 다하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든 아버지의 이야기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먹먹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한다. 나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