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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서 아이 키우기②] “경쟁보다 서로 어울려 사는 가치를 더 중시”

조화연 (주부·벨기에)
 
 벨기에 프랑스어권인 왈룬 지방에서는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두 달의 여름방학을 마치고 9월 1일이면 개학과 동시에 새 학년이 시작된다. 둘째와 셋째가 다니는 공립초등학교는 한 담임선생님과 두 학년을 함께한다. 그래서 이번에 3학년이 된 둘째 아이는 새로 오신 담임선생님과 새로운 학년을 시작했지만, 한 학년에 두 학급뿐인 작은 학교라 선생님만 바뀌었을 뿐 친구들은 그대로라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지금은 중3이 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어 불만만 가득했었다. 초등 1학년이 되었는데, 교과서가 없단다. 중학교를 가도 지정 교과서가 따로 있지는 않다. 학교에서는 교과서 대신에 공책을 나눠준다. 공짜로 나눠주는 학용품의 품질은 한국과 비교하면 어찌나 허접스러운지…. 정부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것이라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학용품이 가성비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허접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정해진 교과서가 없는 대신 교육당국에서 정해 놓은 학습목표에 맞추어 선생님들은 자율적으로 수업을 구성한다. 선생님이 준비한 수업자료를 바탕으로 배우면서 이 자료를 분류해서 바인더에 정리하고 나눠 준 공책은 보조적으로 활용한다. 이 또한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스스로 할 수 있는 훈련을 받게 된다.
 
 다만 정착 초기 외국인 부모로서는 교과서가 없으니 뭘 배웠는지, 뭘 배울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모르는 단어라도 미리 공부시켜 보낼 방법도 없었다. 한 나라지만 지역별로 언어가 다르고 정부가 달라서 교과서를 안 만드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예습도 복습도 쉽지 않은 교육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더 많은 자유시간을 주었다. 왜냐하면 정리한 바인더는 학교에 두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부모가 일일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휴식시간에 아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덥거나 추워도 무조건 교실 밖으로 나가 운동장에서 보내야 한다. 언어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 아이가 추운 겨울에 보도블록 운동장에서 혼자 서성이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고, 자율적으로 교실이나 운동장을 선택해서 쉴 수 없는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문제로, 지휘·감독하는 선생님이 없는 교실에서 아이들만 있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법적·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것임을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또한 흐린 날이 많은 기후 탓에 교실 밖 야외활동 시간을 통해 기후 적응력과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한 방법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배우면서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불만들은 점차 무뎌지게 되었다.
 
 매 학년 초에 열리는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교사는 자신의 교육방향과 방식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이야기하고, 학부모들은 궁금한 것이나 자녀지도의 어려움 등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부모들의 근심에 대해 어떤 한 선생님은 “부모도 집에서는 쉬어야 되지 않겠냐”고 하면서 “아이들의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하니 부모님들은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으나 되짚어 보면 그 선생님의 생각도 일리가 있다 싶다. 다만 교육적 가치와 철학이 이렇다면 한국처럼 많은 우등생을 배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마도 올백을 맞아도 전교 1등을 해도 선생님이나 학교 차원에서 특별한 보상은 없을 것이다.
 
 학교에 당연히 있어야 할 교과서가 없고, 휴식시간에 대한 자율성도 크지 않다. 대학생이나 사용하는 바인더를 초등학교 이전부터 문서정리 물품으로 사용하며, 아이들은 공부한 복사용지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한마디로 벨기에 교육환경은 한국보다 물질적으로 더 편리하거나 편안한 환경도 아니고, 더 체계적이거나 효율적이지도 않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교육환경이 더 좋은 것도 아니다. 다만, 친구가 경쟁 상대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더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는 것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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