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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사칼럼] 평화와 공존을 꿈꾸며

자동차를 타고 가다 보면 눈에 잘 띄는 곳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안내판이 휙휙 지나갔다.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다. 조금씩 가까워져 와도 향후 떠안게 될 빚더미와 난개발로 사라진 가리왕산의 5만 그루 나무만 신경이 쓰였다. 국정농단사태의 추이, 트럼프와 야권이 부추기는 전쟁설, 서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MeToo운동, 음력설, 6·13지방선거의 술렁임, 그러는 사이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던 평창올림픽이 마침내 열렸다. 짧은 2월은 내가 살아온 그동안의 2월 중 가장 많은 서사를 남긴 날들이었다. 뉴스를 따라가기에도 바빴던.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개성공단 폐쇄로 관련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줄도산을 했고 보수정권 9년 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로 인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여부는 불투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으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북한의 참여와 남북공동입장, 남북단일팀 구성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삼지연관현악단의 수준 높은 공연으로 문화적 교류도 하모니를 이루었다. 그동안 이산가족찾기에서 보던 한 서린 눈물상봉이 아니라 만날 때의 서먹함도 잠시 합숙과정에서 선수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동족임을 확인하듯 빠르게 언니동생으로 하나가 되었다.
 
 성화봉송의 최종주자, 세계정상들의 참가여부, 경기의 결과, 메달 개수에 대한 모든 것이 일반적 관심분야인 것은 분명하나, 나는 북한선수들이 어디서 묵으며 어떤 시간을 보낼 것인가, 지금 남한에 온 그들의 심경과 남한사람들을 만난 느낌은 어떠할까 몹시 궁금했다. 이에 비해 야권과 일부 언론은 연일 평창올림픽이 아닌 평양올림픽이라며 북한대표단에 대한 외모평가나 옷차림에 대한 가십성 뒷말, 현 정부에 대한 폄하를 일삼기에 바빴다. 폐회식 때 내려오는 김영철 일행을 막기 위해 아예 길목에 진을 치는 어이없는 작태까지 보였다.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을 한 대통령은 김대중과 노무현 두 명뿐이다. 이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세 번째 정상회담을 할 기회가 왔다. 대화를 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지, 서로에 대한 인도적 관심, 상대의 정치체제에 대한 인정과 지지 속에서 대화의 물꼬는 가능하리라 본다. 그들이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손을 놓지 못하며 꼭 다시 만나자고 했던 그 간절하고 진솔한 목소리를 다시 흘려보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는 날이 갈수록 연로해지고 평생의 아픔을 간직한 채 눈을 감고 있다. 더 늦기 전 우리 세대가 남북대화의 창구를 일상적으로 열어놓고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외부세력에 기대거나 밀려 주권자로서의 자리를 내어주어서는 안 된다. 트럼프는 자국을 위해 국제적으로 맺은 파리기후협약을 한마디로 파기했고, 자국을 위한다며 총기로 죽어가는 어린 학생들마저 외면하고 있다. 일본은 전범국가로서의 반성은커녕 헌법을 개정해 다시 자위대를 정식군대로 만들었다. 국가의 이름보다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오로지 평화와 공존을 위해서다. 평화롭다면 이는 서로에 대한 인정이며, 그 다음은 아무런 다툼 없이 공존이 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이념이든, 국가든, 여당과 야당이든, 젠더문제든, 지역갈등이든 더 이상 성·권력·돈·힘·학벌·자리·명예·나이·장애여부 등 그 어떤 무기로도 싸우지 않으려는 평화적 의식과 의지만 있다면 공존은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남궁순금 (춘천여성민우회 전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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