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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_터_view] 문화예술공간 ‘명동집’의 BEHIND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디지털세계를 표현하는 류재림 작가

류재림 작가는 민족미술인협회 강원지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김예진 시민기자

그동안 춘천에서 전시는 항시 천편일률적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시장의 공간과 조명, 전시의 기획도 닮은꼴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예술세계를 탐하고 싶은 호기심으로 입구까지 왔다가 그 문턱을 넘기 쑥스러워 그냥 발걸음을 돌리는 모양새였다.

2년 전부터 시선이 가는 전시 공간이 생겼다. 그 공간과 시도, 그리고 SNS를 활용한 세련되고 절제된 홍보. 익숙한 삶의 공간이 전시장으로 바뀌고, 눈을 높여야만 보이던 예술이 춘천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 보였다. 그 신선한 기획의 뒤에 과연 누가 있는 것일까? 민족미술인협회 강원지회장을 맡고 있는 류재림 작가를 만나 그 배후를 탐색해봤다. 2011년 그의 전시 타이틀도 ‘BEHIND’였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놀란 듯 고라니 한 마리가 겅중거리며 도로를 가로질러 가는 시골길을 한참 달려 거두리 산 밑 비탈길이 끝나는 곳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에 도착했다. 입주한 지 1년이 되어간다는 건물 주변에는 시골에 흔한 들풀도 아직 자리하지 않아 심플했다. 작업실은 하얀 벽면에 나무 가구로 정돈되어 있어 갤러리에 들어온 느낌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작업실을 계속 옮겨 다녔습니다. 창작공간 아르숲 2기 입주작가를 하고 나와 3년 동안 지하 작업실에 있었어요. 작품에 곰팡이가 나기도 하고, 지하라는 공간의 폐쇄성이 작업에도 지장을 줄 만큼 우울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안되겠다는 생각에 몇 년 전부터 눈여겨 봐두었던 대룡산 밑에 작업실을 짓기로 했습니다. 20년 만에 내 공간을 갖게 된 후 작업하는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작업실 벽에 걸린 작가의 그림 속 진달래는 지극히 시각적이며 몽환적이다. 가까이서 보면 규칙적인 수 만개의 망점으로 이루어져 다소 기계적인 느낌이지만, 멀리서 보면 빛의 굴절에 의해 화려하게 또는 냉담하게 보여, 예측하기 힘든 우리의 삶과 닮았다는 느낌이다. 작가는 십여 년 전부터 독특한 방법으로 꽃을 그려왔다. 그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제 작업은 최소한의 표현단위인 점(Dot)에서 시작합니다. 주사기에 아크릴물감을 주입하여 하나하나 점을 찍어 형상을 만들어가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화면에 드러나는 꽃(진달래)의 이미지는 디지털매체의 픽셀화된 화면 형태를 보여줍니다. 오프라인의 삶이 아날로그적인 실재라면 온라인의 세계는 디지털화된 가상현실입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 현재의 시각문화를 반영하고, 인간 본연의 감성과 빠르게 변화해가는 기술문명의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공존의 장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가 그려온 꽃들을 보면 그동안 끊임없이 크고 작은 변화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작가는 디지털세계라 불리는 현대사회와의 소통에 성공한 것일까?

제가 학생 때부터 실험적인 작업을 좋아했습니다. 주로 비구상 작업을 하다 보니 재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 전자제품 속 회로에 관심이 많았지요. 여러 가지 칩들이 얽혀있는 모습이 도시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회로도에 이미지를 넣다가 점묘기법으로 디지털적인 바코드 이미지 위에 장미를 비롯한 꽃들과 물고기들을 채색하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바코드 이미지를 버리고 좀 더 자연적인 물체의 이미지가 더 드러난 작업을 하게 됩니다. 디지털세계와 아날로그 세계가 서로 융합하여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공존의 장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점점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작업실은 나무공방을 연상하게 하리만큼 다양한 목공 공구가 자리하고 있고, 작업대를 비롯해 캔버스에서 이젤까지 그림 작업에 필요한 모든 도구를 나무를 이용해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음악을 선별해 구운 천여 장의 음악 시디에 손 글씨로 쓴 앨범제목도 작가의 꼼꼼함을 드러내지만 그에 맞춘 나무 CD장도 인상적이고, 원목 스피커 또한 나무의 질감에서 우러나오는 공명의 깊이가 남달랐다.

학생 때는 캔버스 살 돈이 없어서 만들어 쓰다 보니 나무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만의 쓰임에 적합한 도구를 만들게 되고, 작업에 필요한 공구도 사들이게 되었지요. 스피커는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쳤습니다. 주변에서 사용해 보고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민족미술인협회 강원지회에서 운영하는 전시공간인 ‘명동집’에서 여러 작가의 그림을 담아 판매를 계획 중이기도 합니다. ‘명동집’의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작은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진달래가 그려진 스피커는 그림과 음악이 어우러진 독특한 예술품으로 재탄생할 것이 틀림이 없다. 그동안 대안문화공간으로서 ‘명동집’의 시도에 대하여 관심을 두고 있었던 까닭에 대화는 자연스럽게 명동집’으로 옮겨갔다. 춘천 소비시장의 중심인 한복판에 집의 특성을 간직한 예술공간을 조성하게 된 데에는 사고의 전환이 절실했을 터이다.

춘천에서도 다양한 문화공간에 대한 관심은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2008년 젊은 작가들과 기획자가 운영주체가 되어 브라운5번가에 전시공간 ‘미공간 봄’을 개관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다 문을 닫고 말았지요.

‘청년작가 田’의 회장을 맡으면서 다양한 실험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현대미술영역에서 표현과 소통, 해체, 융합으로 새로운 모색점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명동집’ 이전에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명동 중간에 지금처럼 독특한 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실험적인 경험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류재림 작가의 작업실. 하얀 벽면에 물건의 쓰임에 딱 맞춤한 작업대가 눈길을 끈다.

‘명동집’은 그동안 2017년 ‘집’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 개관전을 비롯해, 2017 강원미술시장축제의 일환으로 ‘미로(迷路)’와 작가의 길을 뜻하는 ‘미로(美路)’의 의미를 함축한 ‘미로전’, 작품전시와 예술캠프가 함께 한 ‘아트렁크, 11月 전’, 2018년에는 ‘4분의 1전(展) 어떤 날 -일상의 장면(場面)’과 5월에는 ‘5월’이라는 제목으로 5월 민주화항쟁과 촛불혁명의 정신과 인형그림으로 풍자를 담고 있는 황효창 작가의 전시 등 많은 전시가 있었다. 시민으로서의 소소한 일상과 사회참여의 의미를 담은 전시에는 일관되게 작가와 관객의 직접 교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젊은이들의 생각도 많이 변했고요. 여태 미술관이라고 칭해 온 전시관의 모습으로는 그들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고 생각했지요. ‘명동집’의 위치가 정해진 것도 그런 생각의 연장입니다. 전시도 어떻게 기획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전시의 내용이 달라지고, 그것을 통해서 소통하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찾아오는 것을 기다리기보다 다가가는 방식으로 기획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명동집’에서 전시를 하다보면 그런 방식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달에 열린 2018강원미술한마당 ‘LINK(연결) 展’은 다양한 공간과의 소통이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명동집에서 나아가 점을 이어 갈 공간으로 ‘조선커피’, ‘어쩌다농부’, ‘썸원스페이지’, ‘미스터부엉이’ 등 4곳에서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춘천 중앙로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그어진 골목길에 위치한 장소로써, 작가적인 마인드로 오래된 건물을 해석하고 재생하여 운영하고 있는 공간을 대상으로 하였다고 한다.

지역문화와 상생하여 새로운 거리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의미부여가 가능한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보았습니다. 명동집과 4개의 서로 다른 일상의 공간에서 ‘전시’라는 형태를 통해 작가의 예술세계를 만나보고, 공간들이 우리의 삶과 지역사회와 어떠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 관람객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들 공간들은 이제 춘천 중앙로라는 노후된 공간이 되었지요. 전시에 참여한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재미있어 하고 흥미를 느껴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원도심의 재생에 있어 예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생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은 생각입니다.

도나 시에서 예술가나 예술가집단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나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곁에서 본 지역예술가들의 삶은 여전히 쉽지 않다. 민족미술인협회 강원지회장으로서 예술지원 행정에 대하여 어떤 바람이 있을까?

예전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원프로그램 운영하는 데 있어 다양한 리서치나 아니면 크고 작은 포럼 등을 통해서 지역 예술가들의 생각을 읽고 그 생각들이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왕 지원해주는 것이라면 행정팀에 예술가들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전문인력이 배치되었으면 합니다. 예술가들이 기획과 정산 등 지원사업에 대한 업무를 직접 집행하면서 얻는 피로감이 창작활동을 방해합니다. 아, 이번 선거에서 도립미술관에 대한 얘기가 많이 오갔습니다. 꼭 성사되어 지역예술가들의 다양한 활동에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춘천을 문화예술특별도시로 조성하겠다는 춘천시의 생각도 변함없이 실현되기를 바라고요.

예술작품에 대한 경외심의 출발은 공감이라고 한다. 일체의 시선을 방해하는 장식이 배제된 커다란 공간, 하얀 벽면 위에 걸린 작가의 화사한 꽃을 보면서 도심의 혼잡함 속에 혼자 서있는 듯한 묘한 슬픔을 느낀다. 현대 디지털세계의 단절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적어도 내게는 충분한 공감을 일으켰음이 분명하다.

작가로서의 그림에 대한 생각, 민족미술인협회 강원지회장으로서의 지역문화 예술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동시에 담아내고자 했던 다소 무리한 인터뷰에 작가는 성실하게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해 주었다. 예술 공간이란 또 하나의 이야기에 매몰되어 작가의 작업실을 충분히 향유하지 못해 미진한 마음을 두고 온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다시 한 번 그 마음을 거두러 갈 기회를 작가에게 청하고 싶은 마음이다.

원미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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