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은 자본주의적이다. 도로가 그렇고 속도가 그렇고 생각이 그렇다. 지름길로 뚫린 공간은 시간을 더 잘게 나눠 쓸 수 있게 한다. 모든 게 빨라진 지금, 둥근 활처럼 휘어지는 기차의 곡선은 보기 드물다. 그래서일까? 속도가 직선화될수록 시공간들은 서로 친밀해지고 더욱 밀착된다. 정은기 시인의 이 시는 200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시인은 어느 날 ‘춘천행 무궁화호 열차’를 탄다. 열차는 ‘간판의 가든 촌이 연대가 다른 지층처럼 어긋나 있는’ 풍경 속을 달린다. ‘등 뒤로 떨어지는 태양이 그림자로 가리키는 북동의 방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