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대한 지극정성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보통 식물은 생존을 위해 엽록소를 갖고 햇빛을 받아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해 영양분을 만들어 살아간다. 광합성은 식물의 생명유지 장치다.

이른 봄 계곡에 괭이눈이 피어난다. 노란색이 유난히 밝게 보인다. 그 색이 마치 고양이의 눈처럼 보인다고 해서 괭이눈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한국이 원산지인 여러해살이풀이다. 전국 각처의 산지에 분포하며 주로 산과 들의 습지에서 서식한다.

땅위에 겨우 고개를 내밀고 꽃을 피우다 보니 자신을 매개해줄 곤충에게 존재감을 보이기 쉽지 않다. 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어미는 자식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성장을 위한 광합성을 중단하고 잎을 꽃과 같은 노란색으로 변화시킨다. 아주 작은 꽃으로는 매개 곤충을 불러들이기 쉽지 않아 자신의 잎이 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꽃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잎이 노란색으로 변하자 잎이 꽃인 줄 알고 찾아온 벌과 나비들이 자연스레 잎 아래에 있는 꽃에 이끌린다. 어미의 지혜가 남다르다. 수정을 마치면 잎은 본래의 녹색으로 돌아간다. 미물로 취급되는 식물도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은 하늘보다 크다. 산속에서 혹시 괭이눈을 보게 되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김남덕 (강원사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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