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식목일이면 자치단체나 기관에선 나무심기행사를 벌인다. 그러나 관리부족으로 인해 해마다 여의도만한 숲이 사라진다.

지난 2014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진선미 의원이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산불 피해면적 및 인적·물적 피해현황’에 따르면, 매년 평균 1천324건의 산불이 발생해 평균 34명의 인명피해와 여의도 면적만큼의 산림피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지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춘천에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숲들이 있다.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숲을 어떻게 관리하고 보존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춘천사람들>은 제71회 식목일을 맞아 ‘보존가치가 높은 춘천의 나무들’이라는 제목으로 생태 환경적으로 중요한 춘천의 숲을 소개한다.

80년 역사의 옛 도지사 관사 주변 숲,
사라질 위기


1959년 건립된 옛 강원도지사 건물은 1999년부터 춘천문화원으로 사용되다가 춘천시청 부속 건물로 이용돼왔다. 전면 출입구에 설치된 캐노피를 지지하는 독특한 모양의 v자형과 철재 옥상 난간, 반원형 벽면, 비대칭적 공간구성 등이 근대건축의 특성을 잘 보여줘 등록문화재 제107호로 지정돼 있다. 이 건물 주변에 있는 숲은 도심에 있는 거의 유일한 숲으로 보존가치가 크다는 게 전문가와 관련 단체의 주장이다.

관사 주변에는 은행나무 10그루, 잣나무 9그루, 측백나무 5그루, 당(산)단풍나무 4그루 등 다양한 수종이 심어져 있다. 봄이면 철쭉과 진달래가 만개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고, 가을이면 당단풍나무가 오색의 단풍을 뽐내 문화적 가치를 더욱 빛낸다. 그러나 현재 춘천시 청사 건립과 관련해 100년 이상의 노거수들이 잘려 나갈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춘천생명의숲’을 비롯한 시민사회가 시 관련부서에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이 숲의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춘천생명의숲 박명순 상임대표는 “춘천시 청사신축으로 이 숲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숲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며 “춘천시에서도 숲을 보존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녀 성황이 함께 있는 송암동 성황 숲

<춘천사람들> 제19호에 소개된 숲으로 특별조치가 없으면 사라질 위기에 있는 숲이다. 춘천에서는 유일하게 남녀 성황림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매년 음력 10월 3일이면 숲의 성황당에서 동제를 지낸다. 이 성황숲은 사라진 숲 문화의 원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시내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성황숲은 약 20m의 거리를 두고 두 개의 당 숲으로 이뤄져 있다. 위쪽 당 숲은 십여 그루의 소나무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그중에 노거수는 다섯 그루 정도다. 성황당 바로 앞엔 오래 전에 죽은 소나무가 있으며 대체로 빛이 잘 들지 않아 고사되거나 생육상태가 나쁘다.

아래 당 숲에는 소나무가 스무 그루 정도가 있는데, 그 중 거목은 열 그루쯤이다. 노거수 대부분이 고사돼 있다. 마을 주민들은 소나무 보호를 위해 관련 기관에 요청해 수간주사를 놓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황숲 주변은 잣나무 조림지역으로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부 잣나무를 벌목해 빛이 들도록 해야 한다. 주민들은 성황숲이 마을의 수호신으로 인식하고 있어 숲 보호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관련기관과 협의해 소나무 군락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500년의 인공조림 역사가 숨 쉬는 올미솔숲


도내에서 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숲 중에 가장 오래된 숲이다. 그래서 그만큼 가치가 큰 인공림이다. 현대의 시장격인 춘천부사 중에 엄황(嚴惶 1580∼1653)은 역대 부사 중 가장 많은 일을 한 부사로 알려져 있다. 1647년 엄황이 지은 《춘천읍지》 〈누대정사편〉에 따르면, 이 솔밭은 병자년(1516년) 선비 최도건(崔渡建)이 주도해 동서남북 10리에 걸쳐 수만 그루를 심어 조성했다고 적고 있다. 올해가 나무를 심은 지 500년 되는 해라 더욱 의미가 크다.

당시 선조들은 솔숲 안에 재송정(栽松亭)이란 정자를 지어 소나무를 심은 기록을 남겼다. 지금의 소나무들은 그 후손 나무들로 200여년 이상의 후계목들이 500년의 숨결을 이어가는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숲이다. 지금도 마을 주민들은 재송계라는 모임을 500년간 이어오며 나무를 심어 후대에게 남기고자 했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현재 솔밭은 개인 사유지의 확대로 존치가 불투명하다. 국방부가 6·25전쟁 당시 마을 땅을 군부대 부지로 사용하면서 숲을 크게 훼손시켰다. 또 부대가 이전할 때 국방부가 일부 토지를 개인에게 불하하면서 마을 공동소유였던 솔숲이 개인 사유지가 됐다. 2000년대 초 마을 숲에 대한 가치가 인정돼 문화재 등록이 진행되자 재산권 침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로 등록 되지 못했다. 현재 200년 넘는 수령의 소나무 400여 그루가 띠를 이루며 서있다. 우두벌판의 500년 숲을 앞으로 다시 500년 이상 후대에게 물려줄 자연유산으로 남겨두려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식목일이 올해로 71회를 맞았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 4월 3일로 제정된 식목일이 1946년 미 군정 당시에 4월 5일로 바뀌었다. 식목일을 제정한 이유는 헐벗은 산을 녹화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나무를 심어 가꾸는 것은 백년대계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 있는 나무를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1977년 육림의 날이 제정됐다. 도심 주변의 숲을 잘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 식목을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더욱 피부에 와 닿는 식목일이다.

김남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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