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소유와 민주적 운영 통해 경제활동 체험

부산의 국제중·고등학교에는 ‘쉼터’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학교매점이 있다. 친구들이 공부로 받는 스트레스를 여기 와서 쉬면서 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쉼터’라는 이름을 붙인 이 매점은 하루에 3번만 문을 연다. 창고를 고쳐 꾸며진 매점 ‘쉼터’는 책, 학용품 등 매점에서 취급하는 물품 선택에서부터 물품 주문, 운영관리를 학생들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학교협동조합이다.

자원봉사로 운영하는 매점의 당번을 정하거나 새로운 물품을 정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학생들은 매점 운영에 대한 체험을 통해 스스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나가며 자연스럽게 경제활동 시스템을 익혀나가고 있다. 지금은 교복 재활용 기부 및 판매까지 이루어지면서 학생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발현하게 해주는 상상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영림중학교에는 ‘여유 있고 물 좋은 매점(여물점)’이라는 학교매점이 있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매점의 경우에는 수익을 내기 위해 취급하는 물품의 질이 시중보다 낮고, 이러한 제품들은 자극적이고 식품첨가물이 과도하게 노출된 경우가 많다. 영림중 학교협동조합은 학부모회가 중심이 돼서 매점 운영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도록 ‘여물점’ 매점 운영을 하고 있으며, 자연스러운 식생활 교육까지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여물점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은 일반 운영비를 제외하고 학교에 전액 장학금으로 기증돼 매점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다시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학생들이 잘 이용하지 않고 꺼리는 공간이었던 매점 앞 작은 팔각정은 ‘여물점’을 지키는 엄마 활동가들을 통해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는 학생들의 작은 쉼터이자 안전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성남 복정고등학교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인큐베이팅 했던 박주희 연구원(협동조합연구소)은 “학교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교육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학교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학교협동조합은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이 매점, 교복판매, 수학여행, 방과후 학교 등 학교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사업체의 주인으로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사업체 운영에 대한 결정 및 사업을 이용하는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학교협동조합의 교육적 가치는 실천을 통한 학습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민주적으로 소통하며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배운다는 점에서, 교육 자치를 실현하는 훈련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기업가 정신을 배운다는 점에서, 그리고 학교가 지역공동체의 허브로서 지역사회와 소통하게 됨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 된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강원도에서도 학교협동조합의 새싹이 움트고 있다. 얼마 전, 협동조합을 공부했던 원주고등학교 몇몇 학생들이 모여 선배들이 쓰던 책을 물려받아 판매하는 서점 학교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는 논의를 시작했다. 이에 강원도교육청은 2015년 1월부터 ‘강원도 학교와 사회적경제 연계 및 학교협동조합 추진단’을 구성해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첫 열매로 이번 1월에 춘천에 있는 금병초등학교에서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됐고, 2월에는 역시 춘천의 한샘고등학교에서 학교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이 첫 열매를 시작으로 학교협동조합이 강원도 내 모든 학교로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학교협동조합을 만들어가는 주체들이 잘 형성돼 아래로부터 학교협동조합의 열망이 피어나는 방향으로 지원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필요를 모아 학교 협동조합을 만드는 일,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학교협동조합의 상상이 좋은 결실을 맺기 바란다.

조경자 시민기자(‘교육과 나눔’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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