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새산 앞에는 백로가 나르고, 복숭아꽃 떠가는 물에는 쏘가리가 살찐다(西塞山前白鷺飛, 桃花流水魚闕魚肥).” 당나라 시인 장지화(張志和)의 〈어부가〉의 일부로 봄날의 정취가 더할 나위 없이 일품이다. 백로가 돌아오고 복숭아꽃이 필 즈음이면 여울의 쏘가리도 살이 붙는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쏘가리가 살찌는 계절이다.

쏘가리

쏘가리를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귀중한 식용어로 이용돼 왔을 만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우리의 정서에 강하게 각인돼 있는 물고기다. 쏘가리라는 이름은 등지느러미의 가시와 아가미뚜껑에 있는 날카로운 가시를 이용해서 쏜다고 붙여진 이름이지만, 사실 쏘는 게 아니라 가시에 찔리는 것이다. 몸길이가 보통 20-30cm이고 큰 것은 50cm를 넘는 것도 있다. 어릴 때는 수서곤충을 주로 먹고 성장하면서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 육식성으로 우리나라의 물속 생태계에서는 감히 대적할 자가 없다. 보통 중류 이상의 물이 맑고 암반이나 바위가 많은 곳에 서식하지만 호수와 같은 곳에서도 잘 적응하여 살고 있다. 춘천 주변의 파로호나 소양호 등에도 어린 쏘가리를 방류하고 있고 많은 양이 산출되고 있다.

북한강 상류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황쏘가리가 있다. 몸에 범무늬를 가진 쏘가리와는 달리 아무런 무늬도 없고 몸 전체가 황금색으로 빛난다. 색깔이나 무늬로만 보아서는 다른 종 같아 보이지만, 황쏘가리와 쏘가리는 같은 종이다. 검은색이나 갈색을 나타내는 피부 속의 멜라닌색소가 유전적 원인으로 결핍되어 몸의 바탕색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동물을 가리켜 백자(白子, albino)라고 부르는데, 흰뱀·흰쥐·흰토끼·백호 등도 같은 범주에 드는 것들이다. 황쏘가리는 그 희소성과 아름다움 때문에 한강 일원 및 평화의 댐 상류의 서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쏘가리는 떼를 짓지 않는다. 고고하고 의젓하며 당당한 모습으로 언제나 독립적이며 단독으로 살아간다. 결코 서두르는 법도 없다. 조용히 바위틈에 숨어 먹이 감이 사정권에 들어올 때까지 침착하게 날카로운 눈으로 주시하다가, 쏜살같이 내달아 한입에 낚아채 버린다. 쏘가리는 탐욕스럽지 않다. 사냥이 끝나면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바위틈에서 고독을 즐길 줄 안다. 이 새봄부터는 쏘가리를 닮아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듬직하고 당당하며 휩쓸리지 않으니 경망스럽지 않고, 품위를 갖춘 고독은 고고함이요, 침착하나 대범하며 탐욕스럽지 않은 절제는 가히 군자의 풍모 아니겠는가?

 

송호복 (사단법인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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