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계절에 상관없이 ‘꽃이 피기 직전’이라는 말이 있다.

몇 번의 꽃샘추위가 휘몰아치고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처럼 봄이 찾아온다.
그즈음 반쯤 해가 돌아든 계곡 아래에

수줍게 고개 숙인 노루귀가 쌀쌀한 날씨 탓에 파르르 줄기를 떤다.
가랑잎을 젖히고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뛰는 건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고 줄기를 뻗어낸 노루귀와의 만남 때문이다.

털복숭이 방한복으로 봄맞이 채비를

단단히 하고 나온 모습이 당당하고 도도하다. 노루귀는 이른 봄, 눈과 얼음을 뚫고 나오는 풀이라 하여‘파설초’ 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새로 나온 잎은 털이 많은데, 이것이 마치 어린 노루의 귀와 흡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른 봄 근교 어디로 가면 확실하게 야생풀꽃들이 올라오고 있을 것을 알지만 그곳까지 찾아가기엔 시간이 여의치 않아 둘러보지 못하고 아쉬운 봄을 보내는 이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도자 접시 위에 봄바람의 풀꽃편지를 띄워본다.달달하고 향긋해지는 오월이길 바래본다.

도미숙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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