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통해 ‘차이’와
‘다름’을 말하고 싶었다”


그림책 작가라는 비교적 생소한 분야의 작가를 만나러 가는 날. 하늘이 몹시 뜨겁다.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린 어제보다 기온이 더 높다는 7월 9일. 차량의 창문을 여니 더운 바람이 마치 용광로처럼 뜨겁다.

녹우 김성호의 새 노래 ‘석사동 먹자골목’의 배경인 골목길을 한참 돌고 돌아서야 김준철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건설과 조경 사무실로 쓰이던 사무실이 작가의 작업실이라 간판은 아직도 건설회사다. 시인이자 작가의 선배인 김춘배 작가와 함께 쓰는 작업실이라는 귀띔은 미리 들었던 터다.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으로 그림책을 그리며, 간혹 아트마켓에 나가 그림책에서 얻은 영감에 따라 사람의 얼굴을 그리기도 하는 김준철 작가. 운동을 해서 생긴 근육과는 다른 작가의 울퉁불퉁한 왼팔에 시선이 머문다. 고등학교 때 찾아온 신장병으로 30년 넘게 한 투석. 손이 재산인 화가에게 투석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상당했다. 울퉁불퉁한 투석의 흔적에 수십 년의 고통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그림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어떤 때는 생업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예술이 되기도 하지만, 작가는 작업에 있어 예술이라는 표현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림책 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요즘 들어 회화적 요소가 가미된 그림도 그리며 화가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주 작업이 뭐냐는 물음에 근대의 예술이 한 가지로 되겠냐고 반문한다. 다양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 작업은 그림책이다. 춘천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을 주로 그린다. 그림책? 그림책은 목적을 가진 이야기책이다. 동화책은 아주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아이의 정서에 맞추어진 책이지만 전 연령층이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림책은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그것을 전하기 위한 목적에서 다르다. 지금은 소양로 기와집골목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아내고 있다. 이번 달에 원화작업을 마치고 올해 안에 모든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기와집골 이야기에는 춘천에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한 이후 나타난 혼혈아이의 문제와 기와집골에서의 일상이라는 주제를 주인공인 혼혈아이의 눈으로 풀어가고 있다.

작가가 처음 만든 그림책은 2008년 출판된 《메기의 꿈》이라는 그림책이었다. 보통의 그림책은 스토리 작가와 원화를 그리는 작가가 작업을 분담해 진행하는데, 《메기의 꿈》은 김준철 작가가 원화와 스토리를 모두 작업한 김준철 그림책이다. 2015년에는 《꿈틀》이라는 그림책을 출판했는데, 이 그림책은 중증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주인공의 시각을 통해 세상에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는 그동안의 작품을 통해 ‘차이’와 ‘다름’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한다. 소양로 기와집골의 주인공인 혼혈아를 통해 다름을 이야기하고 중증장애인을 통해 차이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한다.

차이를 인정해야 존중이 생기고 다름을 인정해야 공동체 사회의 안정이 생긴다는 논리 같다. 《꿈틀》에서는 주인공인 근육병 중증장애인을 통해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어가려는 시도도 했다. 인간이면서 다른 인간들과 같지 않은, 똑같이 행동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의 존재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고 한다.

그림책도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유통의 문제가 있다. 그림책은 작가의 비중이 높지만 함께 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와 스토리를 쓰는 작가, 출판을 하는 업자와 유통을 하는 업자 등이 결합돼야 완성이 되는데 그 작업이 쉽지 않다.

작가는 요즘 독립출판에 관심이 많다. 기획과 그림, 스토리, 출판, 유통까지 소화하는 완전한 형태의 독립을 꿈꾸는 것이다. 요즘은 독립출판 유통연합체가 생겨서 그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형출판 위주의 환경에서는 전집류를 많이 내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대형 유통업자의 이익을 위한 일이고 작가와 소비자에게는 이익이 되지 않는다. 그림책은 단행본 위주로 작업을 진행하고 소장을 해야 진정한 의미의 그림책이 된다.

작가는 2011~2012년 2년에 걸쳐(2기, 3기) 아르숲 입주작가를 지냈다. 아르숲 입주작가를 하면서 기회가 생겨 두 번의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동안 《메기의 꿈》을 비롯, 《꿈틀》의 단행본과 10여권의 공동작업을 진행해 출판을 했다.

작가의 꿈은 소박하지만 강렬하다. 수십 년 작가를 괴롭히고 있는 매주 세 차례의 투석 때문에 언제까지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지만 작업실 겸 작은 서점을 만들어 그림책 유통을 정착시키고 싶다. 현재의 화랑 같은 유통구조에서는 작가들은 어찌 보면 영업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작가와 소비자가 함께 기대고 살면서 유통에 까지 이르게 하고 싶은 소박하지만 강렬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김준철 작가는
홍천군 내면에서 태어나 분교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후 춘천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때부터 주 3회의 투석을 시작했지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2011년과 2012년 2회에 걸쳐 아르숲 입주작가를 지냈다. 3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권의 단행본과 10여권의 공동제작 그림책을 출판했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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