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날씨가 덥고 습하면 ‘정말 더워서 미치겠다’고들 한다. ‘날씨가 개떡 같아서 잠도 못자고 짜증나서 돌아버리겠다’고 말을 내 뱉는다.

사람들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샤워를 하거나 물놀이를 가거나 부채질, 선풍기, 에어컨, 제습기를 켜는 등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이 되면 그렇지 않은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행동한다. 폭염에 계속 노출되면 심혈관계 장애에 따른 사망뿐만 아니라 우울증, 수면불능, 강박장애, 주의력 장애, 불안, 뇌졸중, 혼수상태가 나타나 뇌도 익어버린다. 또한 장마철에 구름이 계속 끼면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률이 올라간다. 날씨가 변하면 누구나 제 정신을 벗어나기 쉽다는 말이다. 살다 보면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어.’ ‘그 땐 내가 맛이 갔었나 봐.’ ‘저 놈 정신 나갔다.’ ‘저 자식 제 정신인가?’ ‘여보 정신 차려요!’ 등의 말을 하거나 듣곤 한다. 나를 중심으로 주위 환경의 자연적, 인위적 변화가 극심해지면 쏟아내는 말들일 뿐만 아니라 실제 정신 나간 상태로 변할 수 있는 게 우리 사람들이다.

마음을 만들어 내는 뇌(BRAIN, 腦) 안팎으로부터 스트레스가 주어지면 뇌가 정상상태를 벗어나는 게 정상이다. 누구나 언제든지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몸의 어느 한 부분도 평생 살면서 한 번 정도 아프지 않는 경우는 없다. 마찬가지로 온 몸의 기능을 통합적으로 조절하고 인지 및 정서적 기능을 관장하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뇌도 고장 날 때가 많다.

사실 사람의 행동과 그 사람의 뇌의 상태에 관해서 정상과 비정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애매모호한 경우가 다반사다. 보는 관점, 시각, 가치관, 시대 및 사회적 위치 문화적 배경에 따라서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야! 이 미친놈아!’ 하는 말을 들을 수가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게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미친 놈 취급하고 소외시키는 것 자체가 제 정신이 아닌 경우다.

사회 내 조직의 상하관계에 있어서 하부에 있다고 해서 사람이 아닌 개·돼지 취급하는 상급자는 분명히 정신(혼) 나간 사람으로서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에 있는 사람이다. 하급자라고 해서 멸시 당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것도 제 정신이 아니다. 좋은 옷, 비싼 차,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 사람들도 제 정신이 아니다.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있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천민 취급하는 인간들도 뇌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주위에는 미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그야말로 나도 제 정신이 아닌 상태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 나간 상태가 정신이 있는 상태로 둔갑해 있다. 개인의 경우 매우 심각한 정신이상 상태가 되면 일정기간 통원 또는 입원을 해서 약을 먹든지 심리치료를 하면 좋아진다. 사회 또한 많은 다양한 개인들이 모여서 기능하고, 거대한 정보처리를 하는, 보이지 않는 뇌를 갖는 하나의 의식 생명체로 볼 수 있다. 이 보이지 않는 사회적 뇌가 제 정신이 아니다. 미친 세상을 그대로 놔두고 사는 우리 모두가 제 정신이 아니다. 미친 세상을 식혀줄 선풍기가 필요하다.

신형철 시민기자 (한림대 의대 뇌신경생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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