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권력을 넘겨받아서 새로운 농업정책을 세운다고 했을 때 당장 맞부딪칠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이런 상상을 좀 해봤다.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인데, 정책 입안자 입장에서 거시적으로 농업을 봤을 때 정말 문제가 되는 건 무엇일까?

이때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최대의 목표가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가족농 기반을 허물어뜨리지 않은 채로 농업을 살려 내는 것이 숙제다. 대략 다섯 가지 정도의 심각한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농지는 적고 인구는 많아서 식량자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데 오히려 먹을거리는 남아돈다.

둘째, 농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농민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농민이 없다. 어떻게 하면 농민을 늘릴 수 있을까? 농민을 늘리자면 땅이 많아야 하는데 땅은 한정돼 있어서 늘릴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소농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소농은 규모가 작아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으니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규모를 키워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농민 수를 줄여야 한다.

셋째, 먹을거리가 남아도니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데, 소비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국산 농산물은 너무 비싸다. 특히 국산농산물로 만든 가공식품이나 과일이나 축산물 등은 필수품이라기보다 특별한 사람들이나 먹을 수 있는 사치품에 가깝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산 농산물이나 축산물 및 가공식품 생산을 늘려서 값을 떨궈주길 바란다. 값이 떨어지면 농가소득이 줄어든다. 그런데 농가소득을 높여야 농업을 유지할 수 있다. 국산 농산물 가격을 올려야 한다.

넷째, 농가들의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득은 높이되 빈부격차는 줄여야 한다. 가장 어려운 일이다.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크게 투자해야 하는데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농가는 부자 농가지 가난한 농가가 아니다. 선별 투자는 빈부격차를 더 키운다.

다섯째, 생산비를 낮춰야 그나마 농산물 가격을 낮출 수 있고 농사를 유지할 수 있다. 농산물도 더 안전하다. 그런데 농산물 품질과 관련해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품질(외관과 맛 등)에 대한 기대는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생산비 과잉을 부르고 농산물의 안전성을 떨어뜨린다. 생산비는 높아지고 가격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물가상승률을 쫓아가지 못해 낮아진다. 소비자의 기호를 바꿀 방법은 없다. 생산비는 계속 올라가게 되어 있다.

문제제기 자체가 설득력 있게 잘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시장은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 정부가 깊숙이, 매우 사려 깊게 개입해야 한다. 의욕만 앞세운 어설픈 개입은 결과적으로 농민수를 줄이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결코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니까 독자들도 함께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백승우 시민기자(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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