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북녘 땅(3)] 백두밀영과 천지로 가는 길
[궁금한 북녘 땅(3)] 백두밀영과 천지로 가는 길
  • 춘천사람들
  • 승인 2016.09.0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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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우리는 베개봉호텔에서 버스와 승용차를 타고 백두산 천지로 향했다.

가는 길목에 정일봉이 있다. 정일봉은 원래 장수봉으로 1988년에 김정일의 출생지라 하여 정일봉으로 바꾸고, 산봉우리에 ‘정일봉’이라는 화강암 석판 세 개를 붙여 놓았다. 1992년 2월 16일 김일성 명의로 세운 비석에는 “백두산 마루에 정일봉이 솟아있고, 광명성 환생하여 쉰 돌인가…”라고 적혀 있다. 정일봉 석판조각은 천연 화강암으로 높이 7m, 넓이 6.5m, 무게가 100톤이라고 한다. 거기에 유리알 16만개를 모자이크해 형상화했다고 한다. 100톤이면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얼른 짐작이 가지 않는다.

우리는 백두밀영에 안내되었다. 백두밀영에는 김일성이 사용한 사령부 귀틀집, 대원들이 숙소로 사용한 경위대 귀틀집,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이 사용했다는 ‘3호밀영’ 등 많은 사적시설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북한은 이 귀틀집에서 김정일이 태어났다고 선전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 1천여 점의 구호나무들이 있는데, 구호나무는 김일성의 지휘구호나 빨치산 대원들의 전투구호를 새겼다는 나무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수많은 구호나무가 항일투쟁 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구호나무 발굴사업 당시 동원된 과학자들이 나무껍질을 벗기고, 글씨를 새기고, 시약처리를 해 급조한 것이라 한다. 이처럼 백두밀영은 소위 백두혈통의 활동을 선전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조성된 것이다.

그러나 1985년 태풍으로 아름드리나무가 모두 쓰러져 산이 많이 황폐화 되었다는 전적지 보위원의 설명도 있었고, 2014년 어느 날 김정일 생가라는 백두밀영 고향집이 불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니 기지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동원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백두산을 오르는 길 앞 쪽에 조그만 개울이 나타났다. 압록강이란다. 우리가 상상했던 넓고 긴 압록강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아 잠시 혼란스럽다. 압록강을 따라 오르는 길에는 간간이 국경경비대 군인 한두 명이 소총 한 자루씩 메고 띄엄띄엄 늘어서 있고, 사스레나무와 만경초 등이 분출된 화산재 더미 속에서 살아 있었다. 저 멀리 형제폭포, 백두폭포 등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 천지에서 지하로 흘러내리는 물이 만들어 놓은 것들이다. 개울 건너편은 중국 땅인데 그들은 이를 장백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귀틀집

오전 11시, 드디어 백두산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800m에서 용암이 분출해 만들어진 휴화산인 백두산! 안내원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토대로 100만년 전의 화산활동과 백두산의 유래를 전해주었다. 해발 2천750m, 1년에 아홉 달 눈이 쌓여있고, 하늘을 받치고 있다고 해서 백두산(白頭山)이란다. 고구려 이전까지는 불암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天池淵

하늘이 파랗다. 인솔단장인 장을병 원장(전 국회의원, 전 성균관대 총장)이 “자네는 조상이 무슨 덕을 쌓았기에 이런 행운이 있는 건가?”라고 말했다. 자신은 8번째에 이르러서야 이런 행운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천지를 사진으로만 봐왔기 때문에 의례 하늘이 맑고 푸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9월 하순부터 이듬해 6월 초순까지 눈이 쌓이고, 습도가 평균 74%, 연간 강수량이 1천400mm로 수증기가 많아 1년에 264일 안개가 낀다고 한다. 그러니까 1년에 100일 정도만 안개가 없다는 것이고, 그나마도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을 더하면 하늘 구경할 수 있는 날을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이렇게 한 번에 파란 하늘과 함께 천지를 볼 수 있다는 것, 이건 더 없는 행운이다. 우리는 진정 기뻤다. 종교에 관계없이 동행한 신학대 총장(목사)의 기도에 눈을 감고 하늘에 감사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2003. 9. 22. 월)

강성곤(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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