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용 춘천시장이 지난 5일 춘천지역 1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춘천시민단체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와 특별한 간담회를 가졌다. 명목적으로는 최동용 시장의 민선 6기 시정기조인 소통행정 구현을 위해서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춘선 ITX 요금인상 저지에 적극 나서준 시민단체에 대해 최 시장이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 시민단체가 제안하고 시가 받아들이면서 마련됐다.

이 자리가 특별한 이유는 최 시장의 말대로 ‘시정방향과 생각을 달리하는 단체’와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는 춘천경제정의실천연합, 춘천나눔의집, 춘천민예총,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춘천생명의숲, 춘천시민연대,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춘천환경운동연합, 춘천YMCA, 춘천YWCA, 춘천생활협동조합 등 11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연합체다. 이들은 개별 단체나 네트워크의 이름으로 민선 이후 춘천시가 지속해온 개발 위주 정책에 대해 대부분 반대 입장을 천명해왔다. 이런 이유로 그간 춘천시는 네트워크를 무시 또는 외면하거나 심지어 적대시하기까지 했다.

이번 간담회를 두고 민선 출범(1995년) 이후 시정 최고 책임자와 시민사회단체 간에 이루어진 최초의 공식적인 의견교환이라는 의미 부여를 하는 이유도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네트워크의 한 관계자가 ‘적극적인 소통행보를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고 하니 이번 간담회는 일단 절반의 성공을 한 셈이다.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만큼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어렵게 정례화까지 약속한 일이 겉치레 행사로 전락해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가지만 제안하고자 한다.

간담회 자리에서 네트워크 측이 요구한 캠프페이지 관련 시민협의체 구성안에 대해 춘천시가 실과별 회의를 거쳐 이틀 뒤인 7일에 내놓은 공식의견은 ‘법령이나 조례가 없어 어렵다’였다. 지난 5월 춘천시가 일종의 공청회로 네트워크를 만났을 때에 비해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않은 입장 표명이다. 5월 만남에서 네트워크가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과 라운드테이블 운영’을 제안했지만, 춘천시 관계자는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보다는 춘천시가 계속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 같다”며 거절의사를 분명히 했다.

법령과 조례가 없어 어렵다는 이야기는 납득하기 어렵다. 조례는 만들면 된다. 법령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정부가 시작하기 전부터 입안되어 현 정부 취임 초부터 일관되게 강조해온 구호가 ‘정부 3.0 시대’다. 정부가 가진 정보와 데이터를 국민에게 개방·공유하는 ‘투명한 정부’, 칸막이를 없애고 제대로 일하는 ‘유능한 정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맞춤형 ‘서비스 정부’를 지향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사회적 협의기구를 통한 협치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 정확히 하자면 해야 한다.

최동용 시장이 이런 분위기에 맞게 기왕 마음을 열어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 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주기를 희망한다. 춘천시민과 두루 함께 할 때 성공하는 시장이 된다는 사실을 지난 ITX 요금협상의 경험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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