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자락 슬하의 노인이 죽었다.
 
가시박 덩굴 속의 작은 새들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마른버짐 같은 망초꽃 깔린 길에
풀벌레소리 떨어지는 밤이다.
별이 있었던가.
고개 숙이고 주저앉은 곳에
작은 종이 흔들렸다.
 
산 능선을 타고 온 보랏빛 희망.

김예진 (자수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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