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홍천에 있는 한약방의 아들이 몸에 병이 나가지고 한약방을 하는 사람도 아들 병을 못 고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양반이 “네가 삼년만 다니면서 객지 물을 먹고 돌아오면 네 병이 나을 것이다” 하였어요. 그래서 아픈 사람이 콩장과 소금과 쌀을 해서 지고 다니면서 객지 물을 먹어야 한다기에 길을 떠났어요. 집을 떠난 지 한 2년쯤 되었을 때 여기를 왔어요. 여기에 와서 위탕 있는 곳에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꿈에 신령이 나타나서 막대기로 치면서

“야 이놈아! 네 앞에 약을 두고 잠만 자느냐?” 해서 꿈을 깨니까, 가랑잎 속에서 뽀글뽀글 소리가 나더래요. 그래서 가랑잎을 헤치고 보니까 녹물이 올라오더래요. 그래서 손으로 한 모금 마시니까 트림이 탁 나더래요. 그때부터 약수를 먹으니까 소화가 잘 되고 시원하더래요. 그걸 발견하고 홍천의 아버지한테 가서 얘기를 하니까 “네가 얼른 그 자리로 돌아가서 거기서 100일간 정갈하게 해서 약수를 먹으면 네 병이 나을 것이다.” 라고 하더래요. 그래서 와서 그 자리에 광목을 빙 둘러 치고 앉아서 약수를 먹고 병이 나았대요.(제보: 백창영(남·72), 북산면 추곡리, 2008.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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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산 아래 추곡약수가 발견된 사연이다. 추곡약수는 추곡리에 있는 약수터라서 그렇게 불렀다. 춘천사람이라면 추곡약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한동안 약수의 효험 때문에 그 명성이 자자했다. 아주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몸에 든 병을 치료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았으면 여인숙과 산방이 계곡을 끼고 즐비했다. 여인숙의 가격이 춘천시내에 있는 집값보다도 비싼 적이 있었다. 물을 떠가는 사람뿐 아니라, 놀러온 사람이 성시를 이뤄 길가에는 카페, 음식점이 성황을 이뤘고, 추곡리 사람들은 농산물과 산나물을 이곳에서 팔아 아이들 학비를 댈 정도였다. 물통을 들고 오가는 길에서는 사람의 어깨가 부딪힐 만큼 사람이 북적거렸다. 그러나 이제는 추억의 장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추곡약수를 찾는 사람이 줄어든 탓이다.

추곡약수는 북산면 추곡리 사명산 아래에 있다. 두 개의 약수가 있는데, 위탕과 아래탕으로 불린다. 사명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약 10여 미터 가량 거리를 두고 양쪽에서 솟아난다. 톡 쏘는 물맛이 조금씩 달라 기호에 따라 즐길 수 있다. 마을에서 관리를 해 항상 주변이 깨끗하다. 옛날 호황을 누릴 때처럼 찾는 사람은 드물어도 주변의 풍광은 사철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추곡약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추곡약수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아니 추곡약수보다는 추곡약수를 나오게 해주는 사명산 산신령에 대한 사랑이다. 매년 3월이면 이들이 사명산 산신령께 산신제를 지낸다. ‘추곡약수제’라 명칭을 붙이기도 하는데 실제는 산신제다. 매년 3월이 되면 산신제 날을 받는다. 좋은 날을 받아 부정을 가시고 정갈하게 제물을 장만해 산신께 축원을 하는 마을제사다. 시간은 12시경이다. 제비는 약수터 옆에 세워 둔 성심함에 1천 원, 2천 원씩 방문객들이 정성을 표한 돈으로 마련한다. 이 돈으로 돼지머리, 떡, 부치기, 삼색실과 등 제물을 푸짐하게 장만해 두 약수 사이 빈터에 제상을 차린다. 또 용신을 위해 약수로 새옹 메 두 개와 미역국을 지어 위아래 약수터에 둔다. 추곡사의 스님이 <산왕경>을 읊고 축원을 하면서 제의는 진행된다. 마을사람들은 각자 와서 절을 하고 술을 따르고 소지를 올리기도 한다. 물론 방문객들도 제의에 참여할 수 있다. 제의가 끝나면 참석한 모든 사람이 음식을 나눠먹는다. 약수의 효험을 유지하고, 약수를 찾는 사람이 많기를 모두 기원하는 장면이다.

춘천의 명소, 추곡약수터가 예처럼 호황을 누리고 명성이 다시 자자하기를 기원해 본다.

이학주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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