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친숙한 곤충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고 곤충 중 포식성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곤충, 그리고 곤충 중에 머리를 움직일 수 있는 곤충은 무엇일까?

낫처럼 생긴 앞다리로 어느 곤충이건 한 번 잡으면 절대 놓치지 않는 다리를 갖고 있는 숲속의 폭군 사마귀. 포식성도 포식성이지만 자신보다 수십 배 커다란 짐승이나 사람에게도 뒷걸음질 치지 않고 공격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고 표현한 것도 무리가 아닐 법하다.

사마귀는 주로 메뚜기목의 곤충을 좋아하지만 때로는 딱딱한 피부를 갖고 있는 갑충류를 잡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가을이 되면 사마귀가 좋아하는 먹이는 단연 잠자리가 아닐 수 없다. 쭉쭉 뻗은 달맞이꽃이 잎을 떨구고 나면 맨 꼭대기는 잠자리의 쉼터가 된다. 사마귀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살금살금 기어올라 날카로운 앞발로 잠자리를 낚아 채 머리부터 먹어 치운다. 이렇듯 포식성이 강한 사마귀라 할지라도 장수말벌에게 먹히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사마귀도 장수말벌을 사냥하고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황라사마귀, 좀사마귀, 사마귀, 왕사마귀가 기록돼 있다. 우리가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종은 사마귀와 좀사마귀인데, 좀사마귀는 색이 잿빛이며 몸집이 작기 때문에 쉽게 구분을 할 수 있다. 몸집 뿐 아니라 알집에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이렇듯 포식성, 공격적인 모습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암수가 만나 짝짓기를 하는 순간이다. 짝짓기를 하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교미 중에 암컷은 수컷을 낚아채 머리부터 먹어치우는 끔찍한 모습을 보인다. 누가 보아도 충격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여러 가지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은 아니다.

곤충세계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현상들이 수없이 많다. 사마귀의 경우에도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여러 곤충이 그렇듯 사마귀도 많은 낱눈으로 이뤄진 독특한 겹눈을 갖고 있는데, 낮에는 푸르스름한 겹눈이지만 밤이 되면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검은 눈으로 변한다. 마치 선글라스를 낀 듯한 사마귀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왕사마귀와 사마귀의 공격적인 모습이 꼭 ‘나를 쳐다봐 주세요’라는 몸짓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허필욱 (강원곤충생태연구소장)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