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사진의 대가, 안광수 사진작가

춘천 분지의 큰 봉우리들인 대룡산, 삼악산, 드름산, 금병산 등의 정상에는 하나같이 그 산에서 바라본 춘천의 전경이 사진으로 담겨있다. 모두가 안광수 작가의 작품이다. 안 작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산악사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산악사진을 찍기 위해 임도에서 60여 미터를 굴러 차를 폐차하는 등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산악사진은 작가의 한 분야일 뿐이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기록사진이다. 지금은 한국사진작가협회 춘천시지부 부회장을 맡고 있다.

작가는 가평군 북면 이곡리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가평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군대 제대 후 춘천으로 이사했다. 작가는 중학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아 소풍 때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임대해 돈을 받고 친구들 사진을 찍어주며 카메라 임대료를 충당했다. 중학생 프로 사진가였던 셈이다. 상급학교를 진학하며 손에서 잠시 카메라를 놓았지만 군대를 제대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진을 배워 작가의 길로 접어든 지도 어느덧 25년. 풍경사진은 때와 장소, 시간이 중요하다. 연무도 없어야 하고 나뭇잎이 검게 나와도 안 되니 나뭇잎이 연녹색을 띠는 봄에 찍어야 한다. 그러나 봄에는 연무가 많이 껴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그러니 발품을 팔아야 한다. 비온 후 산에 오르는 일도 다반사고, 연무가 없는 날엔 거의 산에 올라야 한다. 산악풍경을 많이 담다 보니 근래에는 항공촬영도 많이 한다. 춘천시내에서 볼 수 있는 항공사진의 대부분이 작가의 사진이라고 말할 정도다.

수십 년째 운영하는 토목자재 납품은 작가의 작업비용을 대는 수단이다. 예전에 카메라가 고가일 때는 억대의 장비를 보유하기도 했고,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전에는 제대로 된 사진을 얻기 위해 한 통에 1만원이 넘는 필름을 하루에 수십 통씩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철원평야에서 새 사진을 촬영할 때 가장 많은 필름을 소비했다. 그동안 번 돈을 거의 사진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악사진 찍다가 목숨 잃을 뻔

작가는 산악사진을 찍기 위해 산악용 지프를 탄다. 지금의 지프는 두 번째 차다. 첫 번째 지프는 3년 전 대룡산 임도에서 60여 미터를 굴러 망가지는 바람에 폐차했다. 그때 겨우 목숨을 건졌다. 작가는 전국을 무대로 촬영을 다닌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전국의 유명 관광지는 거의 다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독도만 해도 7~8번을 방문해 서도에 있는 민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며칠씩 사진을 찍었다. 한 번은 독도에서 촬영을 하던 중 풍랑이 일어 1주일 이상 섬에 갇히는 바람에 물고기를 잡아 반찬을 해먹으며 촬영하기도 했다.

같은 곳을 사계절 촬영하는 작가는 향로봉을 촬영하던 중 손발에 동상이 걸려 고생하기도 했다. 독도와 강원도 명산의 사계절 등 사진을 수없이 찍었지만 아직 전시는 하지 않았다. 독도 사진 전시회를 하려면 독도의 자연환경뿐 아니라 동식물, 야생화 등 생태계까지 다 촬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2~3년 더 작업을 진행해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작가는 앞으로 기록사진에 집중하려고 한다. 독도에 대한 작업도 그 일환이다. 나아가 DMZ의 자연환경과 동식물 등 생태를 기록하는 사진작업을 구상 중이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물론이고 수많은 기관들이 작가의 사진을 사용하고 있지만 작가는 아직 개인전을 연 적이 없다. 단체전은 중국과 일본에서 참여했고, 그룹전과 테마전에도 수없이 참여했다. 그럼에도 개인전을 하지 않은 것은 작가가 추구하는 완벽함 때문이다. 앞으로 3년 정도 더 작업을 진행해 제대로 된 개인전을 하고 싶다고 한다.

사진 수만 장 잃고 카메라를
손에서 놓은 적도


작가는 디지털 카메라가 나온 후 큰 상실감도 맛보기도 했다. 컴퓨터 외장하드가 망가지면서 600기가에 달하는 사진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수만 장의 사진을 잃었으니 그 상실감이 상상이 된다. 그 일로 2~3년간은 카메라를 잡을 수 없었다. 디지털 카메라는 보관에 어려움이 있다. 예전에는 필름을 도둑맞거나 화재만 나지 않으면 아무 일이 없는데, 디지털은 컴퓨터가 망가지면 한 번에 전체를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분산보관이 필수다. 작가는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부터 찍은 필름 원판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 책장과 수납함에는 정리된 필름으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현재 새롭게 짓고 있는 춘천시청의 전 과정을 2년 전부터 촬영하고 있다. 가뭄이 심하게 들었을 때는 물 빠진 소양강의 사계를 기록하기도 했다. 작가는 사진을 가르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호반사진동우회에서는 그룹을 지어 현장에서 사진을 가르쳤고, 지금은 동부노인복지회관에서 강의를 한다. 사진작가로 인정을 받으려면 각종 공모전을 통해 입선 이상을 해야 한다. 대상을 받으면 5점의 점수를 인정해주고 우수상 3점, 장려상 2점, 입선 1점을 점수로 주는데, 그 점수가 모여 60점이 넘어야 전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 될 수 있다.

안 작가가 DMZ 사진을 끝내는 날, 독도 사진을 끝내는 날, 춘천시청 공사과정을 끝내는 날이면 우리는 안 작가의 새로운 사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오동철 시민기자

바로잡습니다
지난 48호 ‘작가의 작업실’ 인형극제 ‘배정호’ 감독을 ‘배영규’ 감독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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