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특히나 경영학의 관점에서 주된 관심사가 작동하는 일상은 빡빡하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협동조합 ‘교육과나눔’은 필연이었을까?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여러 주체들과 생각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다시 걸음마를 걷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걷는 연습을 하는 것으로 뛸 수도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함께였다. 항상 수치화된 결과로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고, 효율과 경쟁에 대해서만 고민하기 바빴던 삶의 방향이 새로운 경계를 넘어선 양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은 소위 사회적경제의 영역이라 하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을 만나며 오히려 배운 것들이 차고 넘친다.

춘천의 장애인근로작업장엔 생활유지가 가능한 급여를 받으며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가진 장애인 근로자와 이들의 자리를 지켜내는 사람이 식구가 되어 있었고, 인제의 한 마을에선 그 곳에서 일생을 보내신 어르신들을 공동으로 살펴드리기 위해 마을회관을 사업장 옆에 두고 겨우내 주민들이 자치적 돌봄을 해나가고 있는 곳도 있다. 성년이 된 자녀들이 떠난 마을에서 환갑이 지난 청년(?)들을 주축으로 마을공동사업을 하고, 취약계층이라는 명목으로 퍼주기만 바란다고 여겨지던 사람들 중에는 자립 의지가 꿈이 된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가 걱정은 하면서도, ‘이게 문제야’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스스로 실행할 거리를 찾아내는 것을 어려워하는 동안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어쩌면 사회적경제를 만난 이후로 하게 된 일이라고 여겨진다.

20여년 전부터 생산자와 농업환경, 소비자로서의 삶을 공동체적으로 엮어왔다는 춘천생협의 현재를 조금은 같은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 것도 참 많은 짐을 내려놓게 된 일상의 변화다. 사회적경제를 인식함에 있어 특정한 의식을 가진 부류로 바라보거나, 대단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타적인 부류, 멋모르고 용기만 가상한 부류 등으로 보이는 시각이 먼저 작동한다면 이젠 함께 움직일 때다.

사회적경제를 지향하는 걸음을 옮긴 사람들은 주변의 이웃을 넘어서 건너의 이웃에게도 이야기할 창구를 만들고, 사회적경제가 낯설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지금은 징검다리로 보일지라도 함께 건널 작은 용기를 내야 한다. 내가 살아가며 느끼는 짐들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혼자만의 것이 아니란 것을 소소한 이야기 자리에서만 풀어보아도 알게 될 것이다.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는 배움의 모임과 이야기 자리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보자.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우리는 이미 ‘함께’인 관계 속에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김윤정 (협동조합 교육과나눔 이사)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