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주문할 때 기름을 바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비빔밥을 주문할 때면 기름을 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아는 식당이 아니고선 내게 늘 붙는 주문내용이다.

식용유는 식물의 씨앗과 견과류 열매들로부터 얻어진 식물성 기름이다. 불포화지방산이 듬뿍 들어있는 식물성 기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용유 시장은 지금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마트나 상점에는 한때 식용유의 대명사였던 콩기름, 옥수수유를 비롯해 지중해 식단의 대표격인 올리브유, 와인제조 후 남은 씨앗으로 만든 포도씨유, 쌀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쌀눈과 쌀겨로 만든 현미유 등의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이러한 식용유를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씨앗이나 열매 등의 유지공급원을 강하게 눌러 짜내는 압착방식과 노르말 헥산이나 벤젠과 같은 유기용매제를 사용해 추출해내는 용매추출방식이다. 인류가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압착법은 보통 올리브 열매나 참깨, 들깨 등의 유지가 많은 원료에서 기름을 추출할 때 사용된다. 수율이 낮아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은 있지만 용매제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압력에 의해서만 기름을 뽑아내기 때문에 신선식품인 생선이나 채소처럼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기름의 절대적 기준이 되고 있다.

한편 콩이나 옥수수 같은 단단한 곡물의 지방을 추출하기 위한 비법인 용매추출법은 n-헥산이나 벤젠을 용매제로 사용해 기름을 조작해 뽑아낸다. 참고로 n-헥산은 고인화성 유해물질로 접착제나 정밀기계 세정제로 쓰이며,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은 기름을 녹이는 화학약품이다.

강한 산성 성분인 n-헥산에 콩을 잘게 부수어 넣으면 헥산을 흡수한 콩에서 지방이 녹아 나온다. 게다가 헥산은 휘발성이 있어 150도 온도면 날아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이렇게 추출된 기름에 인산이나 황산을 섞어 불순물을 분리한다. 이 과정에서 콩의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레시틴과 같은 각종 영양소들이 제거된다. 그 후 수산화나트륨을 첨가해 유리지방산을 제거하는 탈산 과정을 거치고, 백토를 이용해 초록색인 콩 지방에 다시 한 번 표백처리를 한다. 또 남아있는 지독한 냄새를 없애는 탈취과정를 거쳐 보존제와 항산화제를 첨가해 유통기한을 늘리고 산패(酸敗)를 방지한다.

이렇게 ‘분쇄 - 용매추출 - 탈검화 - 탈산 - 탈색 - 탈취 - 첨가’라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맑고 신선하다’라고 광고하는 정제 식용유가 완성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식용유는 정제 식용유다. 식용유가 대중화 되면서 압착유란 표시처럼 정제유란 표기를 하지 않는 이유와 급증하는 심혈계관 발생률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식용 GMO 수입량은 207만톤으로 식용 GMO 수입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렇게 수입된 GMO 콩의 99%가 콩기름 즉 정제 식용유 제조에 사용된다. 사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식용유가 생산된 것은 박정희 정부가 축산장려정책을 펴면서부터다.

한국의 첫 대두 가공업체였던 신동방은 1971년 최초의 식용유 ‘해표 식용유’를 내놨고, 동시에 사료업체에 대두박(기름을 뽑고 남은 콩 찌꺼기; 단백질 보충용 동물사료)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식용유 제조사들은 대두 100톤을 가공해 식용유 17톤, 대두박 79톤을 생산한다. 대두박 매출이 식용유 매출의 1.5배 이상으로 일석삼조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두박과 식용유의 긴밀한 관계 속에 콩기름 광고가 TV 화면에 자주 등장하던 시기가 있었다. 동네엔 통닭집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고 공장식 축산산업이 성장했다. 정제 식용유를 생산하고, 거기서 나온 부산물인 대두박으로 가축을 먹여 키우고, 그렇게 해서 대량생산한 가축을 다시 정제 식용유로 튀겨 먹는 식탁 위의 은밀한 커넥션. 식품에도 우리가 미처 모르는 정치, 사회, 경제의 은밀한 역사가 존재한다.

진짜 똑똑한 소비자라면 특정한 이유 때문에 원래부터 좋고 나쁜 식품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아야 한다. 식품에 원래부터 선과 악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고 다만 사회적 환경과 사용법과 사용량에 따라 좀 더 좋고 약간 덜 좋은 식품이 있을 뿐이다. 이어서는 올바른 식용유 선택과 사용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채성희 (슬로푸드한국협회 지역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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