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극처럼 전개되는 하루하루의 뉴스 점검(?)이 일상의 습관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실체를 드러내는 부패한 권력구조를 확인하며 몸서리를 치기도 하고, 더욱 긴장된 다음 이야기를 갈증으로 기다리기도 한다.

연속극과 연속뉴스의 다른 점이 있다면, 대개의 막장드라마에선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전개에 흠뻑 빠졌다가도 어차피 권선징악, 사필귀정의 결말임을 예견하는 안도감이 작용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촛불의 열정과 정치라는 냉정한 타협 사이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결말을 만들어내야 하는 공동의 책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제껏 우리 사회 곳곳에서 느끼고 살면서도 숙제라고 바로 앞에 던져지지 않아 머뭇거렸던 것들이 드디어 모두에게 해결시한을 놓고 제시된 셈인 것이다. 같은 상황을 공감하는 주변인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을 한다. ‘역사는 진행 중인 근대사’라는 표현이나, 모 정치인을 흥선대원군에 비유하는 평론들이 그런 맥락일 듯싶다.

올해 들여다보았던 책들 중 현실의 숙제와 맞닿아 다시 꺼내든 《호세마리아 신부의 생각》이 다시 배움을 권한다. 협동조합을 배워가는 과정에선 누구나 만나게 될 법한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시작을 일구어낸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의 이야기 모음으로 협동조합운동이나 사회적경제 운동을 하는 선구자들에겐 영감의 원천이라 회자되는 책이다. 구구절절 좋은 말씀으로 채워졌구나 하고 읽어 넘겼던 것을 다시금 꼭꼭 씹어보게 되는 끌림이 손바닥만한 책의 깊이를 제대로 발견하게 해 주는 느낌이다.

풍요롭고 안정적인 사회는 지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의 양심에 따라 움직이는 살아 있는 제도들로 구성된다. 지적이고 자유로운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동업자들을 지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으로 간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마땅하다.(32쪽. 016)

자신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자유를 사랑하고 사회정의의 요구를 실행하기 위해 대담하게 나서서 모두에게 동등하게 이익이 되는 연대 체제를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협동조합운동의 바탕이 갖춰진 곳이다. 협동조합운동이 낳을 최상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35쪽. 025)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교리,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확신은 설레지 않는 인생이나 떨림이 없는 운동처럼 비정상적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사유하거나 탄식하기 위함이 아니라 변화시키기 위함이다.(121쪽. 238)

협동은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협동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로운 존재감이 그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동의 선익을 향해 함께 움직일 때 아름다운 것이다. 물론 그 공동체에 ‘내’가 속해 있음을 잊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음이다. ‘절대 동업하지 마라’, ‘협동조합 한다는 사람 도시락 싸들고 말리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면, ‘협동’의 의미에 대한 사유가 있었는지 《호세마리아 신부의 생각》을 통해 점검(?)을 해보는 것도 좋을 터이다.

김윤정 (협동조합 교육과나눔 이사)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