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낭만골목 등 ‘셉테드’ 효과 ‘쏠쏠’

최근 경찰의 범죄예방 대책 중 하나로 등장한 ‘셉테드’(CPTED)가 춘천 곳곳에서 쏠쏠한 효과를 내고 있다.

효자동 낭만골목은 불과 1~2년 전만 해도 춘천시민이 가장 피하던 골목길이었다. 주변 아파트의 재개발 지연으로 인해 슬럼화가 진행돼 빈집에 노숙인들과 비행청소년 등이 몰려 경찰이 특별수사를 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 골목에 벽화가 그려진 후부터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마을에 그려진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데이트를 즐기는 관광객이 늘면서 자연스레 범죄와 비행을 저지를 수 있는 공간도 사라진 것이다.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란 좁고 어두운 골목길, 낡고 칙칙한 담장, 방치된 공터 등 취약지역의 환경을 디자인 감각을 살려 개선함으로써 범행 기회를 심리적·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지역주민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는 ‘범죄예방환경디자인’을 말한다. 범죄는 치밀한 계획 하에 저질러지기보다 물리적인 환경에 따라 발생빈도가 달라진다는 가정 하에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를 짓고 주변에 키가 낮은 나무 위주로 심어 시야를 확보하고 CCTV와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효자동 낭만골목에 40년째 거주하고 있는 김춘희(65) 씨는 “뉴스를 통해 무서운 범죄를 많이 접하다보니 골목을 지나다니기 무서웠는데, 벽화가 그려진 이후로는 밝아진 분위기 탓인지 혼자 다닐 수 있게 돼 좋다”며 “확실히 범죄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양한 벽화가 그려지면서 동네가 밝아지자 벽화를 보기 위해 동네를 찾는 관광객도 몰려들어 상권도 살아났다.

강원대 정문 앞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정희원(24·강원대3) 씨는 “지난해 자취방 근처에 벽화가 그려진 이후에는 밤에 술에 취해 말을 걸던 아저씨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며 “벽화 하나로 거리에 대한 시선이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KT&G 상상volunteer는 강원대 정문 앞 백령로를 학생들이 다니기 무서워하는 거리로 선정해 벽화거리로 조성했다.

한예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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