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앞 천막농성 400일 넘게 이어져
최순실 개입 의혹…“도지사가 결단해야”

수도권과 중부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15일 오후 강원도청 앞 ‘설악산케이블카 반대 노숙농성장’ 앞에서 10여명 남짓의 시민들이 기도회를 열고 있다.

‘강원도기독교교회협의회’와 ‘강원도골프장문제해결을위한범대위’가 매주 개최하는 298회째 강원생명평화기도회다. 햇수로도 6년에 이르는 긴 세월이다. 영하의 날씨에 도로에서 불어오는 바람까지 더해져 기도회가 열리는 30여분의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흐른다.

홍천 구만리 골프장을 비롯 도내 8개 골프장 문제가 터졌을 때부터 시작된 강원생명평화기도회는 한가람교회 박성율 목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박성율 목사는 이 후 6년간 골프장문제 해결과 설악산케이블카 반대를 위해 길거리에서 나날을 보냈다. 지원자들의 발길도 이어져 강원도청 공원에는 천막 노숙농성장이 들어섰다. SNS를 통해 설악산케이블카 문제를 알게 된 노루귀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이 천막농성장의 당번이 됐다.

천막농성장은 417일째 설악산케이블카 반대를 염원하며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골프장 토지 강제수용 반대, 설악산 케이블카에 반대하는 수많은 농민과 시민들이 고발돼 조사를 받고, 벌금을 내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 목사를 비롯해 설악산지킴이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김광호 씨는 원주지방환경청 고공농성으로 인해 검찰로부터 2년 6개월의 구형을 받아 다음 달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날 기도회에서 박 목사는 “설악산은 중요한 5개 법률로 보호되는, 절대 훼손해서는 안 되는 국립공원”이라며 2015년 환경부가 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그린리스트에 올린 사실을 지적했다. 설악산국립공원은 2015년 유엔 산하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전 세계 23대 ‘그린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박 목사는 “환경부는 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그린리스트로 지정한 사실을 자랑하던 설악산을 스스로 훼손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목사는 “2013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강원도 방문 시 설악산케이블카가 관련된 산악관광활성화를 제시한 후 2014년 6월에는 전경련의 이승철 부회장이 주축이 돼 설악산케이블카와 정상부 호텔건립 등 개발정책을 제안하며 급속도로 추진됐다”며 이 과정에 최순실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설악산케이블카 문제는 그동안 환경영향평가 조작 의혹, 경제성 평가 조작의혹 등 많은 문제가 폭로되며 해당공무원이 검찰에 고발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문순 지사는 당초 국비를 통한 사업추진을 약속했지만 2017년 정부예산에는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도비도 지원돼야 하지만 강원도 예산에서도 설악산케이블카 예산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와 양양군은 채권발행을 해서라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양양군이 수백억원의 채권발행이 가능하냐는 지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터져 나온 최순실과의 연계성도 관심사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저지범대위’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최문순 지사,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 박미자 원주지방 환경청장, 김진하 양양군수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8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설악산케이블카 문제와 강원도 골프장 문제로 강원생명평화기도회 참가자들은 더욱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최 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설악산케이블카 사업과 중도 레고랜드 사업은 끝 모를 나락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국정농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에서 촛불을 밝히는 국민들, 탐욕에서 비롯된 무분별한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풍찬노숙을 견디는 도민들. 2016년이 저물고 있다. 며칠 후면 크리스마스다. 그러나 거리의 국민들, 천막의 도민들은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 대신 유난히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시련을 견디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가 결단해야 할 때다.

오동철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