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향수병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내 아름다우신 개, 내 착하신 개, 내 사랑스러우신 멍멍이님. 이리 가까이 오셔서 이 훌륭한 향수 냄새를 맡아보시오. 시내에서도 제일가는 향수가게에서 사온 것입니다.”
이 말에 개는 꼬리를 치면서, 아마도 그게 이 가련한 짐승들에게는 웃음과 미소에 해당하는 표시인가 싶은데, 곁으로 다가와 마개 열린 병에 신기한 듯이 그 축축한 코를 댔다. 그러더니 공포에 질려 와락 물러서며, 나한테 비난하는 투로 짖어댄다.
“아, 한심한 개. 내가 배설물 꾸러미라도 드렸다면, 그대는 얼씨구나 냄새를 맡으시고 아마도 삼키셨겠지요. 이러니 내 슬픈 인생의 어쭙잖은 길동무, 그대마저도 저 대중들과 다를 바 없구려. 미묘한 향수는 화나 돋우게 마련일 터이니 오물이나 정성스럽게 골라 바쳐야 할 저 대중들 말이외다.”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파라의 우울》(문학동네, 황현산 역)
 

얼마 전 어느 높으신 개님께서 우리 같은 아랫것들을 개돼지에 비유해 공분을 샀다. 아, 비루먹은 세상.

내가 갑자기 개로 전락해 보니 한 시가 떠올랐다. 그 개님께서 보았다면 분명 ‘옳다구나. 내가 말하려는 게 요것이다’ 할 것이다.

멋쟁이 댄디의 창시자 보들레르는 자본주의에 의해 떠오른 새로운 계급 ‘대중’에 최초로 관심을 기울인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한때 혁명에 참가하기도 했으나, 왕당파와도 시민군과도 일정 거리를 두었다. 시인이 바라보는 대중은 아름답지 않다.

그는 아케이드를 어슬렁거리며 산보하면서 물신에 게걸들린 대중들을 관찰했다.

세상이 개판이다. 주인을 모르는 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그러나 돌아보자, 아직도 개돼지에서 각성하지 않았다면 개에게 물려도 왜 아픈지도 모르렷다.

그러나 그가 관찰했던 대중은 지금도 있다. 다만 보들레르가 대한민국의 촛불을 보지 못했으니, 대중이 어떻게 각성하는지, 각성하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무서운지 몰랐으리라.

 

한승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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