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여파, 후원금 줄어 외상공급 하기도
12월부터 예년수준 회복…40만장 공급 무난할 듯
‘더존IT’‘한전’ 등 기업도 한몫


지난해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으로 후원금이 줄어 어려움을 겪었던 연탄은행이 법 해석을 둘러싼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넘겼다.

지난해 10월 연탄공급 재개식 후 ‘김영란법’ 시행의 여파로 후원금이 들어오지 않아 외상으로 연탄을 공급했던 춘천연탄은행은 지난해 12월 이후 후원금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연말을 기점으로 예년 수준을 상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4년 개원 후 15년째 연탄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정해창 대표(58세·제자감리교회 목사)는 “지난해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무원들의 후원이 줄어들어 애를 먹었다. 그러나 법으로 제한되는 내용과 허용되는 범위가 정리돼 춘천시와 기업들이 후원에 나서면서 12월부터 후원금이 늘어나기 시작해 연말을 기점으로 평년수준의 후원금이 모금됐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또, “춘천시 산하 임직원들이 봉사에 적극 나서고 최동용 시장이 공무원들을 독려한 것도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시 공무원들은 자원봉사뿐 아니라 소액모금을 통해 2만장의 연탄에 해당하는 1천400여만원을 모금해 전달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춘천시는 지난해 연말 종무식을 전 직원의 연탄자원봉사와 병행해 실시한 바 있다.

기업의 후원도 큰 힘이 됐다. 더존IT그룹이 올해 처음으로 10만장에 해당하는 6천만원을 후원했다. 한국전력이 난방소외계층 보호사업에 나선 것도 큰 힘이 됐다. 정 대표에 따르면, 한전은 원주 밥상공동체에 200만장의 연탄을 후원했다. 한전이 기부한 200만장의 연탄은 강원도 내 7개 연탄은행의 운영에 큰 힘이 됐다.

시민들의 일반후원도 회복되는 추세다. 일반시민들의 후원은 연탄은행이 운영하는 무료밥집 ‘하늘밥상’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여름 시작한 무료밥집 ‘하늘밥상’에는 매일 60명~80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있는데, 부식과 쌀 후원이 이어져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학생봉사자들 큰 힘,
봉사자 뜸한 2월 이후 걱정


연탄을 날라주는 봉사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지난해 춘천연탄은행을 찾아 자원봉사에 나선 봉사자는 연인원 3천500명에 달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서민들의 이웃사랑이 더 뜨거웠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춘천연탄은행이 지난해 개원식에서 밝힌 40만장의 연탄공급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림성심대, 봉의고, 한샘고, 소양고, 사대부고 등의 학생들이 봉사에 큰 몫을 했다. 학생들은 자원봉사자가 적은 2월까지 거의 매일 5~6명에서 10여명씩 연탄은행을 찾아 봉사활동에 나섰다. 보통 연말까지는 자원봉사자가 넘치지만 1월로 넘어가면서 봉사자의 발길이 줄어든다. 이런 때에 학생들의 참여는 연탄은행에 큰 힘이 된다.

고민은 이제부터다. 춘천연탄은행은 5월 초까지 난방소외계층에 연탄을 공급하지만 일반 봉사자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이에 더해 학교들이 개학을 하면 상근봉사자 두 명이 매일 1천장이 넘는 연탄을 배달해야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거리가 먼 외곽지역의 공급을 어느 정도 해놓은 상태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청과 읍면동사무소에서 봉사팀을 꾸려 순차적으로 배달봉사에 나서고 있는 점도 위안거리다.

정 대표는 “춘천연탄은행은 전국 수십 개 연탄은행 중에서도 공급량이나 운영비 면에서 전국에서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연탄은행”이라며 “인구 30만 수준 도시의 연탄은행이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 연탄은행보다 더 많은 연탄을 공급하고 무료밥집까지 운영하게 된 것은 시민들의 마음이 그만큼 따듯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전했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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