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워야 할 태극기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만한 일이 이른바 ‘태극기집회’에서 일어났다. 지난 19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김진태 국회의원이 참가한 가운데 춘천에서 열린 이 집회 참가자들은 취재를 위해 집회현장에 있던 《춘천사람들》의 여기자를 폭행하며 카메라까지 빼앗았다. 경찰의 도움으로 위험한 상황을 피하고 카메라를 돌려받기는 했지만, 기자는 어깨 부상으로 119구급대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탄핵반대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보다 앞서 인근지역에 집회신고를 해 같은 날 오후 5시부터 열리는 ‘김제동과 함께 하는 1만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방송인 김제동 씨의 사회로 시민들 간의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만민공동회형식의 촛불집회장에 난입하려 해 경찰의 제지도 받았다.

난동을 부린 이번 집회가 내건 명칭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기각을 촉구하는 춘천 애국시민 태극기집회’다. 흔히들 이런 집회를 보수집회라고 한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전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론매체들에서는 ‘보수층의 결집을 노린 행위’ 등과 같은 표현을 생각 없이 쓰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 구태여 부른다면 ‘탄핵반대집회’라고 해야 맞다.

‘보수’의 사전적 정의는 ‘기존의 질서를 중히 여기고 유지함’이다. 기존의 질서란 현재의 법질서 체계이인데, 대한민국의 현행법은 국민 모두에게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헌법 21조)하고 있다. 따라서 무력으로 취재기자를 폭행하고 취재장비를 빼앗으려는 행위나 타인의 집회참석을 무력으로 방해하려는 사람들에게 보수라는 명칭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탄핵반대집회 참석자들이 보수주의자가 아닌 이유는 또 있다. 그들은 민주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의 집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계엄령을 선포하라’든가, ‘군대가 나서라’는 구호가 그 증거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국회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받들어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탄핵소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군대를 동원해 이를 짓밟으라고 부추기고 있다. 체제전복세력이라 불러야 옳은 세력이다. 이들에게 보수주의자라는 말은 얼토당토하지 않다.

보수주의자라는 말이 언감생심이듯이 ‘태극기집회’라고 지칭하는 일도 부적절하다. 태극기는 탄핵반대집회에 모인 사람들만의 상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 보수라는 단어를 붙일 경우, 제대로 된 한국의 보수주의자는 이름을 잃게 되고 쉽게 논의구조에서 배제된다. 진정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된 보수주의자가 활발히 활동하기를 희망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이름을 정확히 부르도록 해야 한다.

언론기관 등에서 이름을 정확히 부르는 것 못지않게 제대로 된 보수를 위해 공권력이 해줘야 할 일도 있다. 공권력의 기본임무가 현재의 질서를 수호하는 일이기 때문에 보수친화적이기 쉽긴 하지만 보수의 탈을 쓰고 이 나라의 헌정질서를 위반하며 온갖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보수와 명확히 구분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그런 뜻에서 19일 집회현장에 투입됐던 경찰은 이번 취재기자 폭행 가담자를 적극적으로 색출해 엄중히 처벌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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