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 레스토랑

Since 1980.

작고 오래된 물건을 모아놓은 골동품 가게와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며 세상에서 나만이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물건을 찾아보는 것처럼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뭔가를 수집하는 즐거움이랄까! 마치 ‘나를 데리고 가세요’ 조용히 손짓하는 듯, 발견의 행복이란! 이런 나만의 보물 같은 수집 취미가 즐거운 이유는 나의 추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주일미사 후 가족과 성스러운(?) 식사를 나누던 추억의 장소 함지 레스토랑. 추억의 맛을 수집하듯 찾았다. 온화한 분위기, 정결한 테이블, 깨끗한 상차림 음식, 늘 언제나 같은 얼굴로 반기는 친절한 서빙 삼촌(?), 나오는 음식과 맛, 물을 알아서 채워주시는 배려까지 모든 게 그대로다. 남동생과 나누어 먹어야만 했던 함박스테이크, 졸업했다고 함지정식을 당당히 주문할 수 있었던 기억, 언니의 야채스프가 탐이 나 나의 크림스프와 바꾸어 먹던 기억, 아버지의 마주앙을 처음 맛보았고, 어머니의 커피 마시기를 처음 흉내 내던 곳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대로고 나만 커버렸다.

오늘도 추억의 맛을 수집하러 테이블 위 소금, 후추색을 닮은 은빛의 머리칼을 가진 또래들 모임이 이 장소를 채운다. 또 추억의 맛을 전수하러 엄마 아빠의 사랑 돈까스를 포크로 열심히 찍어 먹으며 미소 짓는 여섯 살 아이를 둘러 싼 단란한 가족 그림도 있다.

사장 아저씨도 그대로, 서빙삼촌도, 주방삼촌도 각자 포지션 그대로를 유지하는 비결은 같이 일하는 게 즐거운 동료와 꾸준히 찾아주는 손님 덕분이란다. 잠시 눈요기하듯, 신장개업 음식을 찾아다니는 ‘맛요기’가 획득의 풍요라면, 사람과 추억을 그리며 맛을 수집하듯 설레며 찾을 수 있는 늘 그대로의 함지는 소박한 풍요로움이라 하고 싶다.

함지 레스토랑
중앙로 3가 60번지
(강원농협중앙회 옆 2층) 254-5221
매월 1·3주 일요일 휴무

이성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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