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일, 7일로 끝나는 날에는 풍물장이 열린다.

내가 춘천에 처음 왔을 때는 약사천이 복개된 곳에 풍물장터가 있었는데, 전철 개통과 때를 맞춰 남춘천역 인근 전철 고가 아래 공터로 옮겨졌다. 남춘천역과 시외버스 터미널로 인해 교통 접근성이 좋아져 수도권 등 외지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지면서 춘천의 새로운 명소가 됐다.

이곳에 오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그리고 푸짐한 먹거리들이 있다. 그래서 더욱 좋다.

풍물시장 먹거리 골목 많은 음식점들 중 내가 즐겨 찾는 집은 북산집이다. 북산면 오항리 천리골이 친정마을이라는 83세의 주인할머니는 아직 현역으로 장날 뜨거운 불앞에서 메밀전병을 부친다.

소양강댐이 생기면서 북산면 상류가 물속으로 잠겼다. 이때 정든 고향집과 땅과 학교를 떠나게 된 마을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는 시내로 이사를 나오기도 했고, 신북읍 윗샘밭 쪽으로 이주해 집성촌을 이루기도 했다. 풍물장이 열리는 날이면 북산면 실향민들은 풍물시장 북산집에 하나둘 모여 고향집 이야기로 향수를 달래가며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나도 경북·대구 사람들의 식수원인 운문댐이 생기면서 청도군 운문면 고향마을이 물에 잠겨 실향민이 됐다. 동병상련일까? 더욱이 지금 텃밭을 일구는 내 산골집이 북산면 오항리에 있어 할머니의 이야기가 더욱 친근감이 간다.

예전에 비해 가격이 살짝 오르긴 했지만, 안주류가 3천원~5천원 수준이고, 가장 비싼 찌개가 만원으로 저렴하다. 만원짜리 한 장이면 지인들과 부담 없이 소주 한 잔하며 요기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차림표에 ‘아무거나’라는 메뉴가 있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손님들이 “안주는 뭘 드릴까요?”하면 “아무거나 주슈” 하여 생겨났다고 한다. ‘아무거나’는 말 그대로 주인 할머니 마음대로 주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 풍물시장이고, 북산집이다.

북산집
영서로 2352-25 풍물시장 내 033-243-9721

 

 

 

박백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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